해방에서 정부수립까지, 격동의 3년을 되돌아보다

입력 2018-07-26 06:30
해방에서 정부수립까지, 격동의 3년을 되돌아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그들이 꿈꾸었던 나라'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생각하면 38선이란 허황하고 허무한 것 같고 두세 사람의 눈을 기우고, 불과 오리나 십리 길을 건너느라고 천리 밖에서부터 계획을 세우고 겁을 집어먹고 몸에 지닌 것까지 다 버리고…"

소설가 염상섭(1897∼1963)이 1948년 발표한 작품 '삼팔선'에 묘사된 38선은 공포의 대상이다. 한반도를 반으로 가른 분계선인 38선을 넘으려면 불안과 긴장을 떨쳐내야 했다.

1910년 시작된 일제 지배가 끝나고 1945년 국권을 되찾았지만, 정국은 어수선했다. 다양한 이념을 지닌 사람들이 이합집산하며 경쟁했고, 그 결과 1948년 남과 북에는 각기 다른 정부가 들어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27일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하는 정부수립 70주년 특별전 '그들이 꿈꾸었던 나라'는 해방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까지 격동의 3년을 되돌아보는 자리다.

이아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6일 "갈등과 분열보다는 갑남을녀가 각자 영역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한 능동적 노력을 조명하고자 했다"며 "해방 이후 정치세력 변화는 상설전시실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당시 살았던 사람의 생생한 생각에 주목하고 차별화된 연출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고려대박물관이 소장한 유진오 헌법 초안 초고를 비롯해 1945년 8월 15일자 매일신보 신문, 미곡 출하 명령서, 제헌 국회의원 사진첩, 인구조사 신고서 등 자료 200여 점과 사진, 영상이 나온다.

모두 5부로 구성되는 전시는 사람들이 표현한 정치 이념과 가치를 살피는 제1부 '격동의 공간 한반도'로 시작한다.

이어 제2부 '해방 이후'는 보건·의료·교통·통신 산업 발전을 꾀하고 민족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뤄진 활동을 보여주고, 제3부 '고단한 삶과 희망'은 외국에서 고국으로 돌아와 미래를 개척한 사람들의 사연과 피폐한 민생을 소개한다.

제4부 주제는 '민의의 발산'. 일제강점기에 억눌렸던 목소리가 분출되는 모습을 신문과 잡지, 문학 작품을 통해 전한다.

마지막 제5부 '정부수립, 그 후'에서는 독립정신을 계승한 민주국가가 남한에 수립된 뒤 만들어진 정부 기구 규정, 해외여권 규칙, 국정 국어교과서, 교육법안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우리 말과 글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생산 현장에서 부지런히 애썼던 사람들의 이야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각과 성장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시에 담았다"며 "상설전과 함께 관람하면 당시 상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일까지. 관람료는 없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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