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마르고 열매 썩어…포도·수박·인삼 폭염피해 '타는 농심'(종합)
경북 15일째 폭염특보…가축 17만여 마리 폐사·피해 확대 우려
(안동=연합뉴스) 최수호 김준범 기자 = 폭염특보가 15일째 이어지는 경북 곳곳에서 농작물 화상 등 피해가 속출해 농민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25일 경북도에 따르면 30도를 훨씬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자 도내 농가에서는 과수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살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하고 썩는 일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주시 50여 농가에서는 수박 속이 검게 변하고 물러지는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피해로 출하하지 못한 수박들이 주변에 방치된 채 악취를 풍기며 썩고 있다.
또 차광시설을 갖춘 인삼 재배 농가에서도 잎이 마르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현상이 지속하면 인삼 생육이 멈추고 최악의 경우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일소 피해를 본 영양군 한 과수원에서는 수확기에 비해 굵기가 절반 정도인 사과 열매가 갈색으로 변했다.
수확기를 맞은 자두와 포도 재배농가 일부도 폭염 피해 직격탄을 맞았다.
여봉길(김천시 봉산면) 씨는 "자두와 포도 잎이 다 타서 수확이 어려운 농가가 많다"며 "자두와 포도는 33∼34도일 때 당도가 올라가는데 지금은 너무 고온이라 잎이 탄소동화작용을 못 해 붉게 타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도내 전체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포도밭 19.7㏊, 고추밭 0.3㏊, 복숭아밭 0.2㏊가 폭염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마다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현장 기술지도, 폭염 대응 농작물 관리 요령 홍보 전단 배부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각 시·군 담당 공무원이 점차 커지는 피해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영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일소 피해를 막기 위해 과실에 봉지를 씌우거나 탄산칼슘, 카올린을 주기적으로 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 측은 "재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피해 예방과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가축 폐사 피해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경북에서는 지금까지 영양·울릉군을 제외한 21개 시·군에서 가축 17만6천526 마리가 폭염에 폐사했다.
축산 농가마다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축사 단열처리, 안개분무시설 가동 등에 나서고 있지만 무더위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밖에 가시적인 피해는 없지만 폭염으로 동해안 표층 수온이 이달 들어 평년 이맘때보다 2∼3도 높은 24∼25도를 기록하자 양식 어민들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도내 양식장은 모두 163곳으로 강도다리, 전복, 넙치, 돔류 등 2천400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경북에서는 28도가 넘는 고수온으로 강도다리, 전복 등 64만5천 마리가 폐사해 5억7천만 원 가량 피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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