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中 압력으로 '동아시안 유스게임 개최권' 박탈 당해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대만의 올림픽 국가명칭 바로잡기 운동을 트집잡아 대만의 국제스포츠대회 개최권을 박탈했다.
25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올림픽위원회(EAOC)는 전날 베이징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내년 8월 대만 타이중(台中)시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회 동아시안 유스게임(East Asian Youth Games)을 취소했다.
중국올림픽위원회 명예회장인 류펑(劉鵬) EAOC 위원장은 개최권 박탈 이유로 "대만이 추진하는 정명(正名) 국민투표가 올림픽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만에서는 오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대만의 명칭을 '중화 타이베이'에서 '대만'으로 바꾸자는 국민투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대만 개최권 박탈안에 중국 외에 한국, 북한, 몽골, 홍콩, 마카오가 찬성했고 일본은 "시일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이유로 기권했으며 대만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동아시안 유스게임 전신은 동아시안게임이다. 2013년 톈진(天津) 동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14∼18살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동아시안 유스게임으로 변경됐다.
2014년 10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EAOC 회의에서 대만 타이중시가 2019년 첫 대회 개최권을 따냈다.
당시 양안관계는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친중국 정책으로 해빙 무드였다.
표결에 앞서 대만의 '중화올림픽위원회' 차이시줴(蔡賜爵) 부위원장이 "대만 개최권 박탈은 도리어 대만내에서 정명 국민투표를 격화시킬 수 있고 올해 말 지방선거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으나 개최권 박탈을 막지 못했다.
류 위원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5월 '중화 타이베이'라는 명칭은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대만은 국제사회 규범을 무시하고 계속 국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도 "대만의 정명 국민투표는 올림픽 규칙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이런 규칙의 파기는 용납할 수 없는 것임을 대만 사회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각계에서는 비난 성명이 쏟아졌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중국이 정치적 파워를 이용해 야만적으로 타이중의 동아시안 유스게임 개최를 보이콧했다"며 "이처럼 거친 대우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당의 훙멍카이(洪孟楷) 대변인도 "정치는 스포츠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대중국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타이중시는 성명을 통해 "대회 참가를 준비해온 선수들과 전체 타이중 시민들의 노력을 헛일로 만들었다"며 "대회를 취소한 원인은 중국의 압력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타이중시는 동아시안 유스게임을 위한 경기장 건설에 그간 7억 대만달러(257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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