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된 송영무-기무대령 국회 '입씨름'…흉흉해진 '군심'
양측 계엄령 문건 진실 공방 지적 속 군 기강 입길에 올라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부 간부들이 국회에서 계엄령 문건을 두고 날 선 공방을 하고나서 후폭풍이 거세다.
진실 규명을 위한 국회 증언대에서 서로 공방을 벌이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대령급 기무사 장교와 송 장관이 입씨름을 벌이는 듯한 양상으로 보임으로써 그걸 지켜보는 입장에선 대체로 불편한 감정이 느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예비역 해군대장인 송 장관과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육군대령) 간 공방은 국회 인터넷 방송을 통해 그대로 중계됐다.
우선 송 장관 발언을 현역 대령이 공개적으로 정면 반박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송 장관은 체면과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철저한 상명하복의 군 문화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모습이 전개되면서 송 장관이 궁지에 몰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군의 한 관계자는 25일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배경이야 어찌 됐든 공개석상에서 장관과 부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3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송 장관이 '엎친 데 덮친 격'의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나갈지 주목된다.
국회에서 전날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송 장관과 기무사 대령의 충돌은 지난 9일 송 장관이 주재하는 국방부 실·국장 간담회 내용이 발단이 됐다. 월·수요일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 회의에는 송 장관을 비롯한 실·국장, 100기무부대장 등 14명이 참석했다.
송 장관이 당시 회의에서 기무사가 작성한 위수령 검토 문건을 거론했는지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증인 신분으로 국회에 불려온 100기무부대장 민병삼(육사43기) 대령은 "장관은 7월 9일 오전 간담회에서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등을 겨냥한 위수령 검토 문건에 대해 송 장관이 이런 판단을 했다는 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꿰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군 외부에서는 '내란예비음모' 등 심각한 사안으로 보는데 국방장관이 이런 인식과 다른 판단을 한 것처럼 보여서다.
민 대령은 단상으로 나와 자신이 써온 진술서를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꺼내 읽으면서 "저는 현재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다. 따라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답변 드리는 것"이라고 증언의 신빙성을 강조했다.
국방위 회의장에 마련된 국방부장관석에 앉아 이 진술을 듣던 송 장관의 얼굴색이 변했다.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 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나. 장관을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회의장에 배석한 국방장관 군사보좌관인 정해일(육사46기) 준장도 "민병삼 대령이 뭔가 혼동한 것 같다. 지휘관의 발언을 각색해 보고하는 것에 경악스럽다"고 얼굴을 붉혔다.
기무사는 당시 간담회에서 있었던 발언 내용을 문서화해 사령부에 보관하고 있다면서 국회 국방위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기무사 고위 관계자는 "민병삼 대령은 지난 23일 전역지원서를 제출해 오늘 기무사령관에 제출됐다"면서 "송 장관이 100기무부대장 교체를 요구하면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송 장관은 민 대령의 교체를 요구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기무사 관계자는 "민 대령의 국회 진술을 하극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양심을 건 내부 고발임에도 하극상으로 비치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송 장관에게 계엄령 검토 문건을 첫 대면보고한 시간을 놓고도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송 장관은 5분간 보고됐다고 주장한 반면 이 사령관은 20분간 보고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 보좌관은 "송 장관이 9일 오전 10시 국방운영개혁 관련 합동부대 토의에 참석했고, 이 사령관은 10시38분에 국방부 본관 2층에 도착했다. 10시59분부터 5분간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입기록도 다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 간의 다툼을 지켜본 군인들도 착잡하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누구 주장의 잘잘못을 떠나 외부에 군이 어떻게 비치겠느냐"면서 "당장 군 기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 같은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계엄령 검토 문건이 공개된 이후 이번 사건까지 겹치자 뒤숭숭한 모습이다.
'흉흉한' 군심에다 군 기강마저 해이해지면 군내 사고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transi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