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조차 힘들어요"…영천 신령 주민 '40도 폭염'과 사투(종합)

입력 2018-07-24 17:34
수정 2018-07-24 17:57
"숨쉬기조차 힘들어요"…영천 신령 주민 '40도 폭염'과 사투(종합)

도심 텅 비고, 무더위 쉼터·관공서 민원실 등으로 피신

"집에서도 덥지만 비용 걱정에 에어컨 대신 부채·선풍기 의존"





(영천·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김준범 기자 = 경북 영천시 신령면의 낮 기온이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준으로 40도를 넘어선 24일 오후 신녕초등학교 앞.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택배 기사는 연신 흘러내리는 구슬땀을 훔치기에 바빴다.

신녕초등학교 운동장은 학생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이 썰렁한 모습이었다.

인근 마을에 사는 이모(72)씨는 "밖에 나가면 숨이 턱턱 막히고 찜통에 있는 기분이라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집에서도 에어컨 비용이 걱정돼 부채나 선풍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45)씨는 "너무 뜨거워서 밭일을 오래 할 수가 없다"며 "물을 많이 마시고 수시로 물을 몸에 뿌려도 그 순간뿐이라 금방 더위에 지친다"고 하소연했다.

영천 도심 도로도 차량만 다닐 뿐 행인 발걸음이 뜸했다.

거리에서 만나 한 주민은 "양산을 쓰고도 숨이 턱턱 막혀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다"라며 "햇살을 피해 담 밑으로만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다른 곳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대부분 지역이 사람 체온을 넘기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도심 거리나 재래시장 등에는 행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경북은 특히 나이가 많은 주민이 상대적으로 많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어느 곳보다 크게 우려된다.

열흘 넘게 지속 중인 이번 폭염으로 경북에서는 130명가량이 온열 질환에 걸려 병원 신세를 졌다.

사망자도 1명 발생한 가운데 경북도는 폭염대응 합동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며 상시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만 해도 경로당, 마을회관 등 4천884곳에 이른다.

사람 못지않게 가축도 폭염에 못 이겨 지금까지 17만6천여 마리가 폐사했다.

일부 주민들은 아예 짐을 싸서 가까운 계곡이나 해발 고도가 높은 산지로 가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안동에 사는 한 주민(50)은 "도저히 더위를 참을 수 없어 낙동강 지류인 길안천에 텐트를 쳐 놓고 시내로 출퇴근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북구에 사는 박모(79)씨는 24일 오후 생필품을 사러 집 근처 슈퍼마켓을 잠깐 다녀온 뒤 한참 동안 호흡을 골라야 했다.



집에서 30m 거리도 안 되는 곳이라 별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뜨거운 바깥 공기 탓인지 호흡이 가쁘고 머리도 아파 왔다.

이날 대구 낮 기온도 38도에 육박할 정도로 높았다.

박씨 등 어르신 주민은 아예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냉방 장치를 가동해야 했다.

형편상 에어컨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쪽방촌 주민이나 홀몸노인 등은 가까운 무더위 쉼터나 경로당 등으로 가야 했다.

도심 큰 도로는 차량 통행마저 뜸했고 시내버스 정류장에도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반면 은행이나 관공서 민원실, 백화점 등 냉방이 잘 되는 실내 공간에는 어김없이 많은 사람이 몰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북구청 민원실을 찾은 한 시민(67)은 "집이 근처인데 너무 더워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구청 민원실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구청과 군부대 등에서는 도로 청소 차량 등을 동원해 큰 도로를 중심으로 오후 내내 물을 뿌렸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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