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도 힘든 폭염 속 우리도 쉬고 싶다"…건설노동자의 외침
건설노조 "산업안전보건법상 휴게시간·휴식공간 보장해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콘크리트 작업 후 안전모에 물을 받아다가 얼굴에 튄 콘크리트 찌꺼기만 닦아냅니다. 삐죽삐죽 솟은 철근을 헤치고 들어가 앉아 쉽니다. 합판이라도 깔면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걸 행복이라 여기는 게 무척 초라하다는 생각이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폭염 속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휴게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적정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현장 근처에 그늘진 휴게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건설노조가 목수·철근·해체·타설 등 토목건축 현장 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그늘지거나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나머지 74%는 '아무 데서나 쉰다'고 답했다.
모든 노동자가 쉴만한 공간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에는 '있긴 한데 부족하다'는 답변이 56%로 과반을 차지했고, '아예 없다'는 답변도 33%나 있었다.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답변은 10%에 그쳤다.
건설노조는 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이드에는 1시간 단위로 10∼15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근처에 햇볕을 완전히 차단한 휴식공간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올라 폭염 경보가 발효되면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5시 긴급 작업을 제외한 다른 작업은 중단하도록 하고, 38도를 넘어서면 시간대와 관계없이 작업을 멈출 것을 권하고 있다.
전국에 폭염 경보가 며칠째 발효 중이지만 건설현장에서 오후 2∼5시 사이 긴급한 작업을 제외하고 다른 작업은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다수(86%)를 차지했다.
세면장도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현장에 수도꼭지가 설치돼 있지만, 몸을 씻을 정도는 못된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운 48%였다. 세면장이 아예 없는 곳도 30%나 있었다. 54%는 세면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건설노조는 "고용노동부는 공염불 폭염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건설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관리·감독으로 노동자가 쉴 때 쉬고, 제대로 된 곳에서 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른 어떤 산업보다 건설현장에서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폭염 등 악천후를 고려한 적정 공사 기간과 적정 공사비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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