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산다", "철새가 산다"…불붙은 흑산 공항 찬반 논란

입력 2018-07-24 11:41
"사람이 산다", "철새가 산다"…불붙은 흑산 공항 찬반 논란

찬성 측 "1년에 50일 발 묶인 섬 주민 고통 알기나 하나"

반대 측 "모든 섬에 공항 짓자는 얘기인가…사회적 낭비다"



(신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흑산 공항 건설을 위한 국립공원 계획 변경안 심의가 연기되면서 앞으로 사업 향배에 쏠린 관심이 뜨겁다.

국립공원위원회가 공청회 등을 거쳐 9월 심의 계획을 밝히면서 찬반 양측의 장내·외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심의에 참여해 찬반 입장을 대변한 강제윤 사단법인 섬 연구소장,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양측의 논리를 들어봤다.



◇ "육지 교통수단 하루만 멈춰서도 난리, 흑산도 연중 50일 발 묶여"

강제윤 소장은 "육지인들에게 섬사람들은 여전히 2등, 아니 3등 국민"이라고 건설 반대 여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강 소장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 대다수보다 더 환경론자이고, 흑산 공항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보다 더 많은 섬의 환경 자원을 지켜낸 내가 흑산 공항에 찬성하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섬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문을 꺼냈다.

강 소장은 30년 넘게 인권·환경운동에 매진했으며 섬 환경운동 경력만도 20년이 넘었다.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장에서는 환경운동가 후배들로부터도 애정 어린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강 소장은 "어째서 흑산도의 철새·나무·바위들이 소중하지 않고, 섬이 원형 그대로 보존됐으면 하는 바람이 왜 없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섬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흑산도는 2천명 넘는 주민들이 살고, 인근 섬에만 1만명 넘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객기 안전, 경제성 등 환경과 관련성이 떨어져 기획재정부에서나 따져야 할 문제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이슈로 옮겨간 것을 본말의 전도라고 그는 평가했다.

강 소장은 "육지에서는 고장이나 파업 등으로 하루만 열차, 지하철, 버스가 안 다녀도 난리가 난다"며 "흑산도 사람들은 육지로 나가고 싶어도 (여객선 결항으로) 1년에 50일은 나갈 방법이 없다"고 역설했다.

강 소장은 "며칠 날씨 좋을 때 흑산도를 다녀왔다고 섬을 다 안다고 할 수 없다"며 "목포∼흑산도 여객선이 결항한 날은 2015년 42일, 2016년 40일, 2017년 52일이었고 2017년만 해도 안개 때문에 배가 연착돼 짧게는 2시간 길게는 6시간씩 망연히 배를 기다려야 했던 날이 무려 91일이나 됐다"고 소개했다.

일본 섬에는 모두 105개 공항이 있고 그중 국립공원 내 섬 공항도 6개나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만 강 소장은 외지 자본 유치 계획 철회, 방문객 쿼터제 시행 등 2가지 조건 확약을 전제로 한 '조건부 찬성'이라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강 소장은 "흑산 공항 건설 추진단에서는 공항 건설 뒤 외지 자본을 유치해 리조트, 호텔, 대형식당 등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100개 어촌 민박 만들기 같은 정책으로 섬 주민들의 살길을 찾아야 하고 주민들도 관광객이 무한정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입도객 총량제에 동의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 "공항 들어서면 국립공원 잃게 될 것"

윤주옥 대표는 흑산 공항 건설 추진 과정의 부당성을 부각했다.

윤 대표는 "2010년 1월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면서 육상에는 케이블카, 해상에는 경비행장이 들어설 수 있게 됐고 2011년 시행령 개정으로 소규모 공항까지 가능해져 흑산 공항이 현실화됐다"며 "케이블카와 소규모 공항은 같은 뿌리, 국립공원까지도 개발지로 보는 인식에서 나왔다"고 비판했다.

흑산도에 공항이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도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육지에서 다리가 놓이지 않았다면 모든 섬에 공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냐"며 "공항을 짓기로 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공항이 들어갈 만한 섬은 흑산도, 홍도밖에 없는데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니 흑산도가 선정된 것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다.

윤 대표는 "흑산도는 새들의 천국으로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곳"이라며 "외국인 자원봉사자들까지도 가락지 부착 행사를 해서 이동 경로를 파악하려 할 만큼 철새 이동 중간지로서 주목받는 실정을 고려하면 흑산도에는 공항이 아니라 철새 교육·체험·연구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항을 지어 놓으면 주변에 모인 새들을 쫓으려고 공포탄을 쏘고, 비행기와의 충돌도 차단해야 하니 새들의 공항 접근을 방해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흑산도는 더는 국립공원일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공항 주변 3㎞ 안에는 과수원이 들어설 수 없고 8㎞밖에 새를 유인하는 시설이 있어야 하지만 흑산도는 그런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 규모가 되지 못한다"며 "그렇다면 국토부 스스로 안전을 위해 세워놓은 기준을 어길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유도, 상황도 적절하지 않은 만큼 공항 건설 논란 자체가 경제성을 따져볼 여지조차 없는 사회적 낭비라고 일갈했다.

윤 대표는 "흑산도 여객선이 부족한 것은 선주들의 경제 논리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여객선 공영제로 국내 모든 섬사람의 교통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지, 흑산도만 콕 찍어서 공항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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