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 '마침내 악수'…'반도체 백혈병' 중재 합의 서명(종합)
반올림 "이런 일 반복되지 말아야"…삼성 "조정위 향후 일정 적극 협조"
양측 "조정위 중재안 무조건 따르겠다"…9∼10월 최종 중재안 발표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김지헌 기자 = 삼성전자[005930]에 근무하던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며 촉발된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당사자들이 24일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향후 제안을 무조건 수용한다고 약속하는 서약식을 했다.
삼성전자·피해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조정위원회 3자는 이날 오전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법무법인 지평에서 '제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 서명식'을 열었다.
삼성전자에서는 김선식 전무가, 반올림에서는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대표가, 조정위에서는 김지형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들 3자가 이날 서명한 합의문은 향후 조정위가 마련할 중재안을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무조건으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골자다.
합의문은 총 8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조정위원장이 마련하는 중재안에 따르기로 하는 것에 합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회자도 이날 서명식의 성격에 대해 "최종 중재안에 서명하는 것이 아니고, 조정위가 중재안을 만드는 데 위임하는 것을 서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재 대상은 ▲ 새로운 질병보상규정 및 보상절차 ▲ 반올림 피해자 보상방안 ▲ 삼성전자 측의 사과 권고안 ▲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방안으로 명시했다.
삼성전자의 의무에 대해선 '중재안에서 제시하는 절차에 따라 중재안을 이행한다'고 명시했다.
반올림도 '합의가 이뤄지는 날을 기준으로 수일 내 삼성전자 앞에서의 농성을 해제할 것'과 '중재안에서 제시하는 절차에 따라 반올림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보상받는 데 필요한 사항을 이행할 것'을 의무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반올림은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1천22일째 이어온 천막농성을 조만간 중단하고 천막을 완전히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명식에서 3자는 각자의 소회를 밝혔다.
반올림의 황 대표는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0년 넘도록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건 참으로 섭섭한 일이다. 정부도 회사도 존재하는 이유를 안 물어보려야 안 물어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삼성 직업병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환영한다"며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삼성전자의 김 전무는 "중재방식을 수용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완전한 문제 해결만이 발병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조정위가 타협과 양보의 정신에 입각해 가장 합리적 중재안을 마련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조정위의 향후 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앞으로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고 할 일도 많다"며 "최대한 절차를 촉진해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절차를 위해 조정위는 산하에 자문위를 설치하고 전문가 중심의 사회적 논의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조정위는 오는 8∼9월 중재안 내용을 논의해 마련하고,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2차 조정 최종 중재안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10월 안에 삼성전자가 반올림 소속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완료한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조정위 계획대로 중재안 합의와 삼성전자의 피해자 보상이 연내 마무리되면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약 11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날 황 대표와 김 전무는 서명식을 마친 직후 기자들 앞에서 악수했다.
"반도체 백혈병 10년 분쟁 끝내자"…삼성·반올림 서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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