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말폭탄' 트럼프, 북한에는 일단 '인내심 전략' 차별화
'北비핵화협상 더딘 속도에 화났다' 보도 직접 반박하며 진화
대이란 공세는 '미러·북미 정상회담 역풍' 출구 전략 해석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정권을 향해 말로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선언에 따른 대(對) 이란 제재 복원(8월 6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다.
반면 비핵화 협상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북한에 대해서는 공개 비판을 자제, 일단 인내심을 발휘하며 달래기 전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장기전을 기정사실로 하면서도 판을 깨지 않음으로써 협상 국면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미국이 핵 문제 관련 대외정책의 양대 당사국인 북한과 이란을 놓고 차별화된 접근법을 구사하는 양상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지목, "절대로(NEVER, EVER) 미국을 다시는 위협하지 마라"며 "그렇지 않으면 역사를 통틀어 이전에는 거의 아무도 경험해본 적이 없을 그런 결과를 겪고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장 전체를 평소 강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대문자'로 써내려갔다.
로하니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 경고장을 날린 데 따른 '맞불'성격으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에 오간 말 폭탄 공방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같은 날 연설을 통해 이란 최고 지도층을 '부패한 위선자', '마피아'로 부르며 "자랑스러운 이란 주민들이 가만히 참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맹공했다. 일각에선 이란 정권교체를 바라는 미국 행정부의 속내를 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이란 핵 합의를 '최악의 합의'라고 규정, 대선 때부터 폐지를 공약했으며, 지난 5월 8일 실제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했다.
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는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후속 비핵화 협상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일단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와 협상 전망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하며 협상을 위한 '인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데 대해 좌절감마저 느끼며 사적인 자리에서는 교착 상태에 대해 참모들에게 화를 내고 있다고 주말 사이 보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위터를 통해 해당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매우 행복하다"고 공개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 지난달 말 '칠면조 구이'론을 꺼낸 이래 속도조절론을 꾸준히 거론해 왔다. 지난 17일에는 "시간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며 장기전 가능성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이 수개월간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내세워가며 언론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해왔다.
CNN 방송은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비핵화 협상에 대해) 좌절감을 표명한 게 사실이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 중단하고 있는 것이 긍정적 성과물이라는 점에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맹공 배경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 역풍 및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협상 교착 상황에 따른 미국내 비판적 여론 제기 등에 대한 출구 차원과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의 회담 후폭풍이 갈수록 꼬여가고 '러시아 스캔들' 조사가 끝모르게 이어지며 북한과의 진전 부족을 둘러싼 좌절감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사방으로 총질하고 있다"며 "특히 긴장감은 트럼프 대통령이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향해 날린 '대문자 공격'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계속 자평하며 북한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를 견지하고 있지만, 특유의 스타일상 어느 시점에는 강경 기조로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조기에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친(親) 트럼프계로 분류되는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전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속고 있다며 전임 정권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협상 전술에 미국의 피로감이 쌓여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양측이 하루빨리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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