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협력업체 기술유용 민낯 드러낸 두산인프라코어

입력 2018-07-23 17:13
[연합시론] 협력업체 기술유용 민낯 드러낸 두산인프라코어

(서울=연합뉴스) 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단가 인하를 거부하는 납품업체의 기술을 빼돌려 다른 업체에 제품개발을 맡겼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3억7천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과 기술유용행위에 가담한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지난해 9월 '기술유용 행위 근절'을 선언하고 기계·전자업종 등을 대상으로 직권조사에 들어간 이후 제재가 결정된 첫 사례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말 굴삭기 핵심장비 '에어 컴프레서'를 납품하는 A사에 납품단가 18% 인하를 요구하다 거절당했다. 그러자 A사의 기술이 담긴 에어 컴프레서 제작도면 31장을 빼돌려 다른 업체에 넘겼고 이 업체가 제품개발을 완료하자 A사를 공급업체에서 뺐다. 이런 낯 두꺼운 갑질의 결과로 에어 컴프레서의 납품단가는 모델에 따라 최대 10% 낮아졌다고 한다. 두산인프라코어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냉각수 저장탱크 납품업체인 B사가 작년 7월 원가상승을 이유로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하자 이를 거절하면서 B사의 저장탱크 도면 38장을 넉 달에 걸쳐 5개의 다른 업체에 전달했다. 이들 5개 업체와는 조건이 맞지 않아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것도 명백한 기술유용행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매출액이 2조6천500여억 원에 달하는 건설기계·엔진 업체로, 굴삭기 생산 국내 1위 업체다. 이런 굴지의 대기업이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납품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것도 모자라 결국 납품권까지 빼앗아 버린 것은 전형적인 대기업 갑질 아니고 무엇인가. 하도급법상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납품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요구 목적과 비밀유지 방법, 요구의 정당성 입증 등 7가지를 기재한 서면으로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납품업체에서 모두 382건의 기술도면을 받으면서도 서면 요구서를 준 적이 없다. 납품업체들은 이번에 피해 사실 진술을 위해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해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기업이 납품을 미끼로 협력업체에 어떤 횡포를 부리고 있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기업들의 협력업체 기술유용 행위는 건전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기술발전을 위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과제다. 대부분의 매출을 원청 대기업에 의존하는 작은 협력업체들로서는 그동안 웬만큼 억울한 일을 당해도 원청업체를 상대로 법적 싸움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존권을 쥐고 있는 원청업체와의 힘든 싸움에서 설령 이기더라도 뒤따를지 모를 불이익이 두려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기술유용 근절'을 선언한 공정위가 업종별로 나눠 직권조사에 나선 이유다. 공정위는 대기업 기술유용 행위에 대해서는 더 단호해야 한다. 기술개발과 공정 혁신에 따른 이익이 노력한 기업에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중소 협력업체들도 망설이지 않고 기술투자에 나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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