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편의점 가맹점-본사, 낮은 밀집도와 최저수입 보장으로 '상생'
가맹점, 한국에 비해 더 많은 수수료 및 임금 부담
편의점 1곳당 인구수 韓보다 80% 많아…가맹점-본사 상생 매출 확대 '선순환'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수입감소를 우려하는 편의점 가맹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한국보다 더 많은 임금과 수수료에도 가맹점과 가맹본부인 편의점 기업들 사이의 '상생'이 이뤄지는 일본 사례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이 같은 상생은 일본의 편의점 가맹점 밀집도가 한국에 비해 크게 낮은 데다 일본의 경우 본점이 가맹점에 연간 '최저수입'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일본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 가맹점은 한국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프렌차이즈 본점(편의점 기업들)에 지불하는 한편 더 높은 임금을 직원들에게 지불한다.
일본 패밀리마트 홈페이지에 소개된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의 계약방식에 따르면 이 회사가 편의점 점주들에게 받는 수수료는 36~69% 수준이다.
수수료율은 가맹점이 내는 이익 수준이나 토지·건물·내장 공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토지와 건물을 가맹점이 부담하는 계약인 경우 36~52%이며 이를 본점이 마련하는 계약인 경우 49~69%다.
반면, 한국의 경우 수수료율은 30% 전후로 일본 쪽과 비교하면 가맹점에 유리한 구조다.
일본의 편의점 가맹점들은 본사에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한편 직원들에게도 한국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한다.
일본은 지역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는데, 올해 도쿄 최저임금은 958엔(약 9천652원)으로 한국의 7천530원보다 2천원 이상 많다.
일손이 부족해 구인난이 심한 일본 편의점들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한다.
통상 편의점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시급은 이보다 높은 1천엔대 초반 수준이다.
한국에 비해 일본 편의점 점주들이 더 높은 수수료와 임금을 부담함에도 일본 편의점 점주들 사이에서 한국에서와 같은 불만이 분출되지 않는 것은, 두 나라의 편의점 가맹점 밀집도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일본프렌차이즈체인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 5대 편의점 프랜차이즈에 소속된 편의점 수는 4만개 수준이며, 일본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 6월 기준으로 5만5천320개다.
한국의 경우 1천295명당 1개, 일본은 2천296명당 1개의 편의점이 있는 것으로, 밀집도를 따져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77.3% 높다.
일본 편의점 가맹점들에 본점이 연간수입의 일정 수준을 보장해주는 '최저수입 보장'이라는 보호망이 있는 것도 한국과 다른 점이다.
패밀리마트의 경우 본점이 가맹점에 24시간 영업 기준 연간 2천만엔(약 2억151만원), 16시간 이상·24시간 미만 영업 기준 1천600만엔(1억6천121만원)까지의 수입을 보장해준다.
또 수도·전기료를 연간 360만엔(3천627만원) 이하 범위에서 90%까지 보조하며, 24시간 영업을 하면 연간 120만엔(약 1천209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책도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 대신 퇴출당하는 가맹점이 없도록 적극 지원해 가맹점주와 본부가 상생하는 체제를 갖춘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편의점을 하겠다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편의점 기업들이 가맹점을 분별없이 받아들이면서 편의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 때문에 편의점들이 과밀해 서로 제살깎아먹기를 한 것이 수익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편의점 업계는 1994년 일정 거리 이내에서는 새로운 편의점이 생기는 것을 막는 '근접출점 자율규약'을 제정해 시행했으나, 공정위로부터 '부당한 공동행위금지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아 폐기됐다.
현재는 동일 브랜드에 대해서만 250m 이내 신규 출점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편의점 가맹점들과 본점의 상생정책이 힘을 발하면서 편의점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5월기 각 편의점 기업들의 실적(편의점 외 사업 실적도 포함)을 보면, 세븐일레븐을 갖고 있는 세븐&아이 홀딩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9% 상승한 1조5천990억엔(약 16조1천107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8.2% 증가한 396억엔(약 3천990억원)으로 호조를 보였다.
패밀리마트를 운영하는 유니·패밀리마트 홀딩스는 매출 3천165억엔(약 3조1천889억원·2.0% 증가), 영업이익 203억엔(약 2천45억원·7.8%증가)을 기록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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