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KTX 마저 '느릿느릿'…온열 질환자도 계속 늘어(종합)

입력 2018-07-23 17:49
폭염에 KTX 마저 '느릿느릿'…온열 질환자도 계속 늘어(종합)

'7말 8초' 오기 전 무더위 환자 수 벌써 최근 5년 평균 육박

닭·돼지·메추리·물고기 잇따라 폐사…농작물도 '화상 위험'



(전국종합=연합뉴스) 며칠째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는 불볕더위는 절기상 대서(大暑)인 23일에도 기세를 꺾지 않았다.

이날 아침 수은주는 현대적인 기상관측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100여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릉 아침 최저 기온은 31도를 기록했다.

강릉에 관련 장비가 도입된 1911년 이후 가장 높은 아침 기온이다.

서울 최저 온도는 29.2도로, 1907년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울진, 포항, 수원, 부산, 대구, 청주, 광주, 제주 등지에선 열대야도 계속됐다.



열차 선로 온도가 달궈지면서 KTX는 속도를 확 늦춰 운행했다.

이날 오후 3시 14분께 경부고속철도 천안아산∼오송역 구간 선로 온도가 61.4도를 기록했다.

열차 안전운행 기준에 따라 코레일은 시속 300㎞로 운행하던 모든 고속열차를 이 구간에서 시속 70㎞ 이하로 서행했다.

지난 20일 천안아산∼오송역, 신경주∼울산, 호남선 익산∼정읍 구간 등 일부 구간에서 KTX 열차가 시속 230㎞ 이하로 속도를 늦췄으나, 70㎞ 이하로 운행 속도를 제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선로 온도가 올라가면 레일이 늘어나 뒤틀리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열차 안전을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집계하는 온열 질환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가축과 양식장 물고기 폐사도 잇따랐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이날 10시 기준 전국 온열 질환자는 1천159명이다.

지난 주말 중에만 139명의 환자가 더 발생했다.

이는 최근 5년(2013∼2017) 평균인 1천300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아직 여름 한복판인 이번 주 초에는 평균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7월 하순∼8월 중순에 온열 질환자 수가 가장 높은 꼭짓점을 찍었던 예년 사례로 보면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온열 질환 사망자는 전날까지 전체 10명으로 집계됐다. 경남 3명, 경기 2명, 부산·강원·경북·전북·세종 각 1명이다.

이날에도 온열 질환으로 의심되는 사망자가 나왔다.

낮 12시 40분께 충북 괴산군 불정면 한 담배밭에서 일하던 40대 남자 근로자 A씨(베트남 국적)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당시 괴산지역 기온은 33.6도였다.

보건소 측은 A씨가 폭염 속에서 일하다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가축과 농작물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경북도 상황을 보면 지난달 6일부터 지금까지 영양·울릉군을 제외한 21개 시·군에서 폐사한 가축은 14만4천128마리다.

지난해 폭염에 따른 가축 피해(8만4천181마리)보다 6만마리 정도 더 많다.

전북에서는 37만5천946마리가 무더기로 죽었다.

닭이 34만3천326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오리 3만1천마리와 돼지 1천620마리 등도 더위 속에서 생명을 잃었다.

충남도에선 닭, 돼지, 메추리 등 23만9천120마리가 피해를 봤다.

농가 곳곳에서는 과일 표면이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돼 발생하는 화상(일소) 현상도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식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바닷물이 데워지면서 물고기들의 집단 폐사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에는 전남 함평군 주포항 인근 양식장에서 4만여 마리의 돌돔이 고수온 상황에서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그늘에서 쉬거나 물을 자주 마시는 등의 무더위 대비 행동 요령을 누구나 잘 지킬 필요가 있다"며 "특히 노약자의 경우엔 한낮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건강 관리에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윤우용, 김승욱, 박순기, 김효중, 최수호, 정경재, 유의주, 이재림)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