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필요없는 태백'도 옛말…최악 폭염에 판매 불티

입력 2018-07-23 15:16
수정 2018-07-23 17:23
'에어컨 필요없는 태백'도 옛말…최악 폭염에 판매 불티

7월 최고기온 극값 경신 35.7도…하루 20대씩 팔려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한반도를 뒤덮은 최악 폭염이 '에어컨 없는 도시' 강원 태백시마저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서'(大暑)인 23일 태백 아침 최저기온은 23.1도를 기록했다.

강릉 31.0도, 서울 29.2도, 포항 29.0도 등 다른 지역 아침 최저기온과 비교하면 덥다고 말하기 미안하지만, 태백사람에게 아침 최저기온 23.1도는 '찜통더위'다.

과거 30년간 7월 23일 태백 아침 최저기온 평년값은 18.5도에 불과했다.

태백의 여름이 시원한 것은 평균 해발 650m의 '고원'(高原)도시이기 때문이다.

해발 650m는 서울 남산 높이의 2.5배다.

기온은 지표면 복사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고도 100m 상승 때마다 0.5∼0.6도씩 떨어진다.

태백의 7월 낮 최고기온 평년값은 25.3도다.

이 때문에 태백은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연탄불 등 화로를 사용하는 음식점까지도 에어컨 없이 여름 장사를 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낮 최고기온 30도를 넘은 불볕더위가 이달 12일부터 11일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21일 낮 최고기온은 35.7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태백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85년 이후 7월 낮 최고기온 극값으로 기록됐다.

기존 극값은 2005년 7월 20일 34.2도였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어컨 판매도 급증 추세다.

태백지역 A 가전대리점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가 지난해 여름부터 눈에 띄게 늘었고, 올해는 하루 평균 20대 정도가 팔린다"며 "인구 5만 명도 안 되는 태백시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히 많이 팔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보다 뜨거워진 태백은 이달 20일 개막한 '한여름 밤 야외 영화제'(쿨 시네마 페스티벌)에서도 느껴진다.

1997년 선보인 쿨 시네마 페스티벌은 태백의 시원한 여름을 상징하는 축제다.

축제 홍보물에는 '날씨가 추워요! 긴 소매 옷 또는 담요를 준비해주세요'라는 당부 문구가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태백시 축제위원회 관계자는 23일 "지난 주말 영화 상영 시간이 덥지는 않았지만, 담요를 덮을 만큼 춥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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