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향납세, '답례품' 줄인 지자체만 손해?
권고 무시 지자체 실적↑, "정직하면 손해본다" 속담 입증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도입 10년을 맞은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고향납세는 고향이나 돕고 싶은 지자체에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은 일정 기부액에 대해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고 지자체로선 지방 재정 확충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작년에 받은 고향납세는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증가율은 낮아졌다. 지자체간 고향납세 유치경쟁이 과열되자 중앙 정부가 제동을 건 게 가장 큰 이유다.
이 과정에서 중앙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 호화 답례품을 제공한 지자체에 대한 고향납세는 증가한 반면 곧이 곧대로 답례품을 축소한 지자체의 유치액은 줄어들어 고향납세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작년도 일본 전국의 고향납세는 3천653억 엔(약 3조6천5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사상 최고지만 증가율은 2016년의 전년 7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 1천788개 지자체중 고향납세액이 증가한 곳은 61%, 감소한 곳은 39%로 증가한 곳의 비중이 2016년 보다 11%나 줄었다.
답례품으로 최고급 쇠고기 히다규(飛?牛)를 제공하고 있는 기후(岐阜)현 다카야마(高山)시가 받은 고향납세액은 2천만 엔 줄어든 2억7천만 엔이었다. 기부액의 50%이던 답례품의 금액(반환율)을 중앙 정부 권고대로 30% 이하로 축소한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야마시는 히다규 400g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는 고향납세 기준도 종전 1만 엔에서 1만5천 엔으로 높였다. 작년에는 반환율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 고향납세를 한 사람들덕에 2천만 엔 감소에 그쳤지만 올들어서는 정체기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 당국은 고향납세의 사회적 의의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고향납세 세수를 지원받은 관내 학교 학생들이 만든 목제완구를 답례품으로 개발했다. 총무성도 다카야마시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목제완구 답례품을 신청한 사례는 고작 3건에 그쳤다. "후한 답례품을 바라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라는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반면 전체 고향납세액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밀어 올린 건 중앙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 과도한 답례를 계속하고 있는 지자체의 실적이다. 총무성은 반환율 30%가 넘는데도 8월말까지 방침을 시정할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12개 지자체 명단을 공표했다. 이들 지자체가 받은 작년 고향납세액은 합계 411억 엔으로 전년 대비 2.6배로 늘었다. 전체 지자체의 증가율 28%를 크게 웃돈다.
이시카와(石川)현 와지마(輪島)시 담당자는 2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정직한 사람이 손해본다"는 속담이 빈 말이 아니라고 말했다. 원래 반환율이 30% 이하였던 와지마시가 받은 작년 고향납세액은 5천만엔 감소한 3억6천만 엔이다. 그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지자체들때문에 인구 과소지역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지역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돼 고향납세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까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작년 고향납세액 상위 20개 지자체의 대부분은 답례품 반환율이 전체 지자체 평균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답례품이 기부 지자체 선택의 중요한 기준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4위를 차지한 사가(佐賀)현 미야키마치의 작년 고향납세액은 72억 엔으로 2016년 보다 57억 엔이나 늘었다. 순위도 32위에서 일거에 4위로 뛰어 올랐다. 비결은 총무성으로부터 현지 특산품으로 보기 어려우니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고가 가전제품 답례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대로 가전제품을 답례품에서 제외한 나가노(長野)현 이나(伊那)시의 실적은 72억 엔에서 4억5천만 엔으로 대폭 줄어 전국 지자체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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