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트럼프, 잠자는 사자 코털 건들면 후회"

입력 2018-07-22 16:57
이란 대통령 "트럼프, 잠자는 사자 코털 건들면 후회"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또 시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경제·금융 제재 복원 등 적대적인 대이란 적대 정책을 펴는 미국 정부에 강하게 경고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재외 공관장 회의에서 "트럼프 씨, 사자의 꼬리를 갖고 놀지 마라.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표현은 가만히 있으려는 강한 상대를 약자가 공연히 귀찮게 하면 큰 화를 입는다는 뜻의 이란의 속담으로 한국으로 치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들지 마라'는 말과 같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란어로 남자를 부를 때 일반적으로 쓰이는 '어거'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는 상대를 하대하는 뜻은 아니지만 예우를 갖춘 존칭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어 "이란과 평화롭게 지내면 만사가 평화로울 것이고 전쟁을 하려고 들면 모든 전쟁을 야기한다는 점을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존엄한 이란은 누구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 문외한(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겠다고 한다"면서 "이란이 안보를 책임지는 많은 중동 내 해협 가운데 호르무즈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언제든지 자국의 안보에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이란이 보유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고사하려고 제재를 부과하면 이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걸프 해역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 지역 주요 산유국이 원유와 천연가스를 배로 수출할 때 지나야 하는 길목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이란은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곤 했지만 아직 실행한 적은 없다.

앞서 로하니 대통령은 2일 스위스를 방문해 "중동의 다른 산유국은 원유를 수출하는 동안 이란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이를 특정함으로써 경고의 수위를 높였다.

이와 관련,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는 21일 재외 공관장 회의에서 "대통령은 스위스에서 이란의 관점을 표현한 중요한 언급을 했다. 외무부는 그의 입장을 엄중하게 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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