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최대전력수요 연일 경신하는데 '수요감축' 활용할까
이번 주 수요 역대 최고 전망…'전력부족' 비판에 수요관리정책 주저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무더위에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최대전력수요가 예상을 넘을 경우 수요관리 정책을 활용했지만, 탈(脫)원전 정책 이후로는 수요를 억제할 때마다 전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2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최대전력수요가 지난주 네 차례 여름철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최대전력수요는 하루 중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의 평균 전력수요를 의미하는데 지난 16일 오후 5시 기준으로 8천631만kW(킬로와트)를 기록했다.
기존 여름철 최대전력수요는 2016년 8월 12일의 8천518만㎾다.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18일 8천671만kW, 19일 8천759만kW, 20일 8천808만kW를 찍으며 연일 새 기록을 세웠다.
다행히 예비 전력은 충분했다.
통상 전력업계에서는 전력예비율이 10%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보는데 예비율은 16일 11.0%, 18일 12.7%, 19일 11.8%, 20일 10.7%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문제는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일찍,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여름철 하계수급대책'에서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를 8천830만kW로 전망하고 그 시기를 8월 둘째, 셋째 주로 예상했다.
그러나 더위가 예상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산업부는 바로 이번 주부터 최대전력수요가 8천830만kW 수준까지 상승할 전망이라고 지난 20일 정정했다. 역대 최고치인 올해 2월 6일의 8천824만kW보다 높다.
최대전력수요에 대응하는 방법은 전력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정부 방침은 발전소를 더 짓는 대신 수요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년에 몇 번 있을 수요 피크 때문에 발전소를 과도하게 늘리면 평소에 놀리는 설비가 너무 많아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폭염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5일은 전력예비율이 33%나 됐다.
그날 최대전력수요의 33%에 달하는 발전설비가 쉬고 있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수요관리 정책은 기업이 피크 시간에 전기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보상하는 수요감축요청(DR)이다.
DR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감축 요청에 응하면 최대 약 400만kW의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산업부는 파악하고 있다.
실제 작년 여름에는 7월 12일과 21일 두 차례 수요감축을 요청했고, 겨울(작년 12월∼올해 2월)에는 10번 요청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예전만큼 사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DR를 발령할 때마다 정부가 탈원전으로 전력이 부족해지자 기업의 전기사용을 통제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DR는 2014년에 도입됐지만, 탈원전과 엮이면서 제도 자체가 논란이 된 것이다.
정부는 DR로 인한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여름부터는 발령 기준을 변경했다.
예비력이 1천만kW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력수요가 8천830만kW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에만 DR를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최대전력수요는 8천808만kW에 예비력 942만kW였다.
공급이 더 늘지 않고 이번 주 수요가 8천830만kW 수준까지 올라가면 예비력이 1천만kW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한울 원자력발전소 4호기(100만kW급)가 정비를 마치고 지난 21일 발전을 재개했지만, 100% 출력은 오는 24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공급능력 확충으로 내주에도 예비력이 1천만kW 이상, 전력예비율 11% 이상으로 전력수급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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