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북미 비핵화 협상 소강국면서 다시 중재행보 '시동'

입력 2018-07-21 12:12
수정 2018-07-21 18:06
문대통령, 북미 비핵화 협상 소강국면서 다시 중재행보 '시동'

'메신저' 정의용 미국行…종전선언·남북미정상회담 논의 등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협상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논의 진전을 위한 중재에 다시 발 벗고 나섰다.

인도·싱가포르 순방을 마치고 지난 13일 귀국한 이후 잠시 숨 고르기를 한 문 대통령은 일주일만인 20일 '메신저'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미국 워싱턴으로 보냈다.

그리고 정 실장은 21일(한국시간) 카운터파트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했다.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두 사람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척상황을 공유하고 이후 협상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싱가포르 국빈방문 중 '싱가포르 렉처'를 통해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 앞으로 북미 간 협상을 적극적으로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북미 양측의 중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에서는 정 실장이 이번 면담에서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을 대화 주제로 꺼냈을 수 있다고 짐작하고 있다.

현재의 소강 국면이 북한의 '선차적 요소로서의 종전선언' 요구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한 만큼 이 부분에서부터 매듭을 풀어나가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렉처'에서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인식을 함께해왔다"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흔들림 없이 지켜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비핵화 시간표 요구와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절충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남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두고도 논의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지만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북미 간 의견 대립으로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 수순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시점이어서 한국 정부가 움직일 공간은 넓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북미 정상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내기까지는 문 대통령이 '조율자'로서 역할을 했지만, 북미정상회담 후에는 북한과 미국으로 완전히 '공'이 넘어간 모양새여서 문 대통령의 행보가 한층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정 실장의 이번 미국 방문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 상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의 한국 유입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 사이의 '오해'를 풀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일부에서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그 부분은 논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이번 방미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비핵화 논의를 촉진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선을 그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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