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中 부채 불안에 아시아 정크본드 시장 타격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의 채권 시장이 흔들리면서 1천380억달러(156조원) 규모의 아시아 하이일드(고수익) 채권 시장도 덩달아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시아 정크본드(투기 등급 채권)의 가격이 내리고 수익률은 치솟으면서 많은 채권자들이 적지 않은 장부상의 손실을 보고 있고 기업들의 차환에 압박이 커지고 있다.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에이질 그룹 홀딩스는 지난해 8월 5.125%의 표면 금리로 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으나 이달에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는 표면 금리를 8.5%로 높여야 했다.
이런 상황은 아시아 정크본드 시장이 미국의 금리 인상, 미국 달러화 강세, 무역전쟁과 같은 외생적 요인은 물론, 내부적 요인에도 취약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대량의 기발행 채권이 올해 만기를 맞지만 중국 정부가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디폴트를 막는데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시장 심리를 불안케 한 내부적 요인에 속한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아시아 정크본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분의 3에 이른다.
수익률 등락만으로 따지면 최근의 투매는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로 아시아 정크본드 시장이 흔들렸던 2011년 이후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이다.
ICE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지수를 살펴보면 연초만 해도 달러화 표시 아시아 정크본드의 수익률은 글로벌 정크본드 시장과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지수는 9%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평균을 2%포인트 웃돌고 있다.
정크본드의 가격이 내려가자 그동안 투자자들의 돈이 몰려들면서 덩치를 크게 불렸던 몇몇 전문펀드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가 운영하는 정크본드 펀드의 순자산은 지난 3월과 비교해 약 4분의 1인 2억5천만 달러가 줄어들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이 운용하는 아시아 하이일드 펀드의 자산도 6월 말에 40억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고점을 찍었던 1월과 비교하면 13%가 줄어든 것이다.
피델리티의 아시아 채권사업부 책임자인 브라이언 콜린스는 정크본드의 가격이 하락하자 거래 경험이 부족하거나 차입금에 의존하는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섰다고 전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투자기관이나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발행한 정크본드가 가장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ANZ 리서치에 따르면 정부 투자기관들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채권의 수익률은 연초 4.6%였으나 최근에는 8.6%를 가리키고 있다.
이들이 위기에 처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구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GG)이 지난 5월 본토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달러화 채권에 부도를 내면서 채권 시장의 심리는 이미 불안한 상태였다. 중앙정부가 은행이나 지방정부를 통해 구제토록 했던 관례가 깨졌기 때문이다.
영국 주피터 자산운용의 펀드 매니저인 알레한드로 아레발로는 위안화 표시 채권의 디폴트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중국 정부가 좀비 기업의 운명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입장임을 말해주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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