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대민족국가법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 확산

입력 2018-07-20 09:49
이스라엘 유대민족국가법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 확산

EU·터키 "이-팔 분쟁해결 어려워져" 우려…아랍계 "차별 정당화한다" 반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이스라엘 의회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민족국가로 규정하는 '유대민족국가법'을 통과시킨 데 따른 후폭풍이 안팎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과 회원국은 물론 해외 종교 지도자들까지 나서 이 법이 해묵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이스라엘 내 비 유대계 국민을 차별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측 대변인은 "우리는 '두 국가 해법'이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라고 믿으며 이를 방해하거나 가로막는 움직임이 현실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본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 당국과 계속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 골자다.

아랍권 국가인 터키 외교부도 이 법이 보편법의 원칙을 무시하고,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한을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해외 유대인 단체 수장도 반대쪽에 가세했다.

미국 내 최대 유대인 단체인 '개혁파 유대교 연합'(URJ)의 릭 제이콥스 랍비(유대교 율법학자)는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슬프고도 불필요한 날"이라며 "시온주의 미래상의 정통성과 민주국가로서 이스라엘의 가치에 이 법이 엄청난 타격을 줬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전체 인구 중 5번째로 많은 아랍계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법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내 아랍계 인구는 180만명으로 전체의 20% 수준이다. 대부분은 팔레스타인인과 그 후손들이다.

이들은 유대민족국가법이 안 그래도 '2등 시민' 취급을 받는 이들에 대한 차별을 법적으로 정당화한다고 주장했다.

장시간의 토론 끝에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유대인의 국가로 규정하는 한편 유대인의 정착과 발전을 국가 이익으로 규정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명시했다.

또 유대인 고유 언어 히브리어를 유일한 국어로 규정하고, 아랍어는 공용어에서 제외했다.



아랍계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아랍계인 아마드 티비 의원은 "충격과 슬픔을 안고 민주주의 사망을 고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제 차별이 공식화됐다고 한탄했다.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사이에 거주하는 사마 이그바리아(43)는 소수민족 출신들은 이전에도 2등 시민이라고 느꼈지만 "이제는 공식화됐다"고 말했다.

아랍계 인구 비중이 높은 나사렛 출신 영어교사인 수하드 반나는 이스라엘 내 아랍인들은 "동등한 권한을 가진 완전한 시민이 되지 못한다"면서 법안 통과로 자신이 "B급 시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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