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삶과 직결되는 정치인은 시·구의원…지방분권에 힘실어달라"

입력 2018-07-20 07:00
"내삶과 직결되는 정치인은 시·구의원…지방분권에 힘실어달라"

신원철 신임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

"민주당 압승으로 이제 '남 탓' 못해…박 시장 철저히 견제·감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박초롱 기자 = "내 삶과 직결되는 정치인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아니라 동네 구의원, 시의원입니다. 지역 민원의 80∼90%는 구청에서 다뤄질 정도로 풀뿌리 민주주의는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제10대 서울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신원철(54) 의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방분권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고 있다"며 "이제 정치적 공감대를 넘어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임기가 끝난 제9대 서울시의회의 화두는 '지방분권'이었다. 시의회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6급 상당의 정책보좌관 1명씩을 각 의원에 배치해달라고 요구했고, 지자체장이 지자체를 감시하는 지방의회 인사권까지 가진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인사권 독립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법 개정에도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여 현재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발의한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전현희 의원이 발의한 '지방의회 위상 제고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간 서울시의회 지방분권 태스크포스(TF)를 이끌며 정치권을 향해 지방의회 강화 필요성을 외치던 신 의장은 앞으로는 시민들의 마음을 사는 일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여전해 제도 개선이 지체됐다는 판단에서다.

신 의장은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뜻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간 외유성 해외 연수를 통한 혈세 낭비, 금품 수수 등 불신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사고가 잦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의회에 대한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구설수 없는 의장이 돼 깨끗한 시의회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내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은 정책들을 꼼꼼히 챙기는 게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라며 1인 가구, 통신비 지원 조례처럼 중앙정부보다 지역 주민과 더 밀착한 생활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23년 차에 접어든 지방자치 행정이 전문화·고도화된 동시에 중앙정부의 '떠넘기기식 국가사무 이양'이 늘어나 할 일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각 지방의회는 호소한다.

신 의장은 "서울시의회의 경우 개별 보좌 직원 한 명 없이 의원 자력으로 우리나라 예산의 10분의 1에 달하는 예산·기금을 심의·의결하고, 2주간의 짧은 기간에 행정감사를 하며, 4년간 2천630건(9대 서울시의회 기준)의 의안을 처리하고 있다"며 "시민들께서 이런 어려움을 공감해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우위 속에 출발한 서울시의회가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이끄는 것도 신 의장의 과제다. 10대 서울시의회 구성원 110명 중 민주당 소속은 102명, 자유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1명, 정의당 1명이다. 한국당은 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신 의장은 "대통령 문재인,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교육감 조희연, 서울시의회 절대다수가 민주당인 상황에서 이제 무엇 하나 잘못할 경우 남 탓을 할 수가 없다"며 "100% 다 우리 잘못이 된다는 것을 시의원들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장 당선 이후 10대 시의회가 집행부에 대해 예전같이 엄격하고 날카로운 견제를 이어가지 못할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자주 접했다"며 "서울시정이 관성,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박원순 시장과 집행부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소수당과의 협치에 대해서는 "저는 민주당을 대표하는 의장이 아니라 한국당·정의당·바른미래당을 포함한 110명의 대표"라며 "다양한 자리를 만들어 의원들과 접촉 빈도를 높이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신 의장은 2010년 제8대 서울시의회 시의원으로 선출된 이후 내리 3선을 한 정치인이다.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부의장, 민주당 우상호 의원 보좌관을 지낸 '86그룹' 출신으로, 시의회 내 개혁 성향 그룹의 선두 주자로 꼽혀왔다.

시의원 첫 임기 때는 2010∼2011년에는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놓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치열하게 싸웠다. 오 전 시장은 결국 시장직을 건 주민투표 승부수를 던졌으나 투표율이 낮아 개표도 하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이후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정치권에 등장했고, 그의 양보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출되며 지금에 이르렀다. 서울시의회가 보편적 복지를 사회 이슈로 밀어붙이며 정치 구도를 바꿔 놓은 셈이다.

신 의장은 "지방의회 역할 중 '정치인 등용문'으로서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며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한다면 기초의원부터 시작해 쭉 이어나가는 게 큰 흐름이 돼야 한다. 이번에 시의원 출신 7명이 구청장으로 입성한 것은 매우 유의미한 성과"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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