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온 원형 수리온 핵심부품 '다국적'…구조적 취약 지적 나와
기어박스 유럽제, 메인로터 국산, 엔진 미제…유럽도면 놓고 기체 설계
전문가들 "결함 발생할 구조"…수리온 개조 마린온도 이와 유사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추락사고가 난 해병대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 헬기는 여러 국가의 제품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구조적 결함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헬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에서 헬기 선진국의 부품을 사와 조립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업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리온은 개발에 착수한 지 38개월 만에 시제 1호기가 나왔다. 그만큼 시험평가 기간도 짧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을 서두르다 보니 다국적 부품을 들여와 시급히 조립한 측면이 강했고, 이런 무기체계 개발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19일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에 따르면 수리온은 유로콥터(현 에어버스헬리콥터스)의 쿠거와 슈퍼 퓨마의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한국형 기동형 헬기로 재설계했다.
하지만 유럽 기종의 도면으로 설계된 수리온의 핵심부품은 유럽산, 미국산, 국산 등으로 뒤섞여 있다.
지난 17일 사고 발생 당시 동체에서 떨어져 나간 로터 블레이드(회전날개)는 KAI 측에서 설계했고 국산부품을 사용했다. 국산부품 상용화 정책에 따라 수리온에는 핵심부품을 제외하고 국산부품이 60여% 들어갔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마린온은 수리온을 개조한 헬기라는 점에서 이런 핵심부품의 혼용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을 보면 헬기가 30m가량을 상승하다가 회전날개 1개가 먼저 튀어 나가고 나서 나머지 헬기 회전날개 전체(로터 블레이드)가 떨어져 나갔다.
해병대 사고조사위원회 측은 회전날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기본설계 및 장비결함 등을 집중적으로 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회전날개 1개가 먼저 튀어 나간 것으로 미뤄 헬기를 함정에 실을 때 신속히 날개를 접을 수 있도록 제작된 접이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제작사인 KAI 측은 고강도 재질로 설계되어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다 날개 1개가 먼저 튀어나간 것을 보면 회전날개를 고정하는 지지대의 강도 또한 허술하게 제작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진의 동력을 로터 블레이드에 전달하는 기어박스는 옛 유로콥터에서 만든 것을 수입했다. 우리가 아직 이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이 부족할뿐더러 유럽 측에서 기어박스 기술협력 생산을 거절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기어박스는 이미 두 차례 유럽에서 문제를 일으킨 핵심 부품이다.
2016년 4월 노르웨이에서 수리온의 베이스 설계모델인 쿠거의 파생형인 슈퍼 퓨마가 주회전날개 이탈 증상으로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사망했다. 노르웨이 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프로펠러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박스 내 기어 중 하나가 균열로 튀어 나갔고 그 충격으로 프로펠러와 기어박스를 연결하는 구조물이 파괴된 것으로 발표했다.
2009년 4월 스코틀랜드에서도 슈퍼 퓨마 기종이 동일한 사고로 추락했는데 그 원인도 기어박스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작년 11월 경남 고성군에서 시험비행 도중 이상 신호가 발생했던 자동진동저감장치는 국산 제품이다.
사고기는 당일 시험비행 직전 기체가 심하게 떨리는 진동 현상으로 KAI 측이 참가한 가운데 정비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이상 징후가 감지된 적이 있는 이 장치에 대한 문제점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사사해주고 있다.
기체 떨림 현상을 막아주는 자동진동저감장치에서 문제가 생기면 헬기 전체에 영향을 줘 주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밖에 헬기의 구성품 중 핵심인 엔진은 미국 제품을 사용했다.
헬기 제작에 밝은 한 업체 관계자는 "유럽 도면에 미국 엔진을 장착한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거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사청 관계자는 "수리온에 사용된 미국 엔진은 출력이 우수하고, 우리 군이 운용하는 UH-60 헬기 엔진과 같다"면서 "현재 200여 대의 UH-60 헬기를 운용하고 있어 운영 유지 및 부품 호환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헬기 정비에 관여하는 군 관계자는 "핵심부품이 여러 나라의 제조품으로 만들어져 있어도 일정기준(정부의 감항인증)을 통과한 이후에 조립되면 정비의 문제는 없다"면서 "다만, 동류 전환(같은 부품 돌려막기)을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원래 설계대로 조립·정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헬기 제작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이처럼 다국적으로 하는 사업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생산하게 될 500여 대의 소형무장·민수헬기(LAH/LCH)도 유럽 도면을 사용하는 데 사업방식이 수리온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헬기 기본설계 도면대로 정부품을 사용했는지, 도면과 일치한 규격의 부품을 사용했는지 등을 조사위 측에서 규명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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