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영철 "'동네 한 바퀴' 찍으며 세번 울었습니다"

입력 2018-07-19 15:06
배우 김영철 "'동네 한 바퀴' 찍으며 세번 울었습니다"

사람 냄새 나는 다큐 호평…"정규편성 넘어 장수 프로 희망"

"두 번째 KBS연기대상, 책임감 더 늘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나이가 드니까요, 길에 있는 꽃 하나를 봐도 그냥 스쳐 지나갈 수가 없어요. 골똘히 보게 됩니다. 하물며 사람은요."

지난 18일 첫 방송 한 KBS 1TV 다큐멘터리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로 시청자들 앞에 돌아온 배우 김영철(65)은 이번 프로그램을 찍으며 세 번 울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서울 중구 중림동, 만리동, 서계동 일대를 돌며 오랜 세월 동네 곳곳을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을 만났다.



김영철은 1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서로 위로해주고 응원해주고 감성을 만져주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골목마다 나이 든 장인들이 자기 일에 만족하면서 마을을 지키시는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마음 구석구석까지 짠해졌다"고 말했다.

제목은 '동네 한 바퀴'이지만 김영철은 이번에 온종일 마을을 돌며 구두 장인부터 슈퍼 주인, 이발사 등 다양한 사람과 만났다.

김영철은 "등산화 장인도 그렇고 개미슈퍼 아주머니도 그렇고 너무 감사했다. 그분들이 결국 대한민국의 불빛"이라며 "나도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분들을 보면서 정말 내가 남을 위해서 산 적이 있나 자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어제 방송 전에 내레이션 녹음을 하면서도 영상을 보니까 눈물이 났다. 그분들이 나올 때마다 만났을 때의 모습이 떠올라 녹음하며 한 세 번은 울었다"고 덧붙였다.



김영철은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골목과 서울로7017 등 근래 새로 생긴 것들을 한눈에 본 것도 남다른 경험이었다고 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엔가 뚝 던져진 것 같았어요. 평소에는 아무래도 눈이 있다 보니 그렇게 걸어 다닐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촬영장에 가도 주로 차에 있게 되고…."

그는 그러면서 '동네 한 바퀴'가 최불암이 출연하는 '한국인의 밥상'처럼 정규편성을 넘어 장수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전날 첫회 시청률이 5.9%(닐슨코리아)였으니, 요새 웬만한 예능이나 드라마가 부럽지 않았다. 희망은 있는 셈이다.

김영철은 "'동네 한바퀴'를 계속하고 싶다. 보람도 있고 의미도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나이가 드니 절 위한 것도 좋지만 이웃들과 어깨동무하면서 호흡하는 게 참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드라마는 그 속에 전문가들이 있지만, 다큐는 전문가 아닌 사람이 전문가라는 매력이 있다. 제가 배우는 게 참 많더라"고 덧붙였다.



김영철은 지난해 2017 KBS연기대상에서 '아버지가 이상해'로 대상을 받은 후 이번 다큐로 오랜만에 시청자와 만났다.

그는 2000년 이후 두 번째 연기대상 수상에 대해 "책임감이 더 생긴다. KBS는 제 고향 같은 곳이기도 하고, 드라마뿐만 아니라 이번 다큐도 장기적으로 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을 잘 키워서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그런 책임감으로 살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시청자들은 김영철을 '동네 한 바퀴'로 당분간 만나고, 작품으로는 내년 초 다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내년 초에 KBS 2TV 주말극에서 다시 한 번 아버지를 하게 될 것 같다"고 예고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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