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우리동네] 영엄한 빛의 고장…4대 종교 성지 품은 영광
불교,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종교 유적지 한곳에
바다에 인접, 산세 깊고 물 맑아 종교 발상지 여건 갖춰
(영광=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전남 영광군은 '영광(靈光)'이라는 지명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종교적으로 의미가 깊은 고장이다.
불교,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우리나라 4대 종교 유적지가 모두 함께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이자, 원불교 발상지인 영산성지가 있다.
6·25 전쟁 당시 기독교, 조선시대 천주교 순교지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광은 4대 종교 정신문화 성지로 불리며 서로 다른 종교가 공존·화합하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최근 거세게 부는 힐링과 명상 트렌드에 종교의 영성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종교인 순례와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와 불갑사
'굴비골' 법성포 해안가에는 눈에 띄는 탑이 보인다. 인도 간다라 고승 마라난타를 기념하는 탑이다.
법성포의 법(法)은 불교를, 성(聖)은 성인인 마라난타를 뜻한다.
탑이 세워진 곳은 백제 침류왕 원년(서기 384년) 마라난타가 첫발을 내디딘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다.
도래지 1만3천㎡ 부지에는 마라난타상, 부용루, 기념관, 기념광장 등이 들어섰다.
간다라 양식의 유물관과 국내에서는 유일한 4면 불상 등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부용루 벽면에는 석가모니의 출생에서 고행까지 전 과정이 23개의 원석에 간다라 조각기법으로 음각돼있다.
도래지와 연결된 법성포 숲쟁이 꽃동산에는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산책로, 조명과 어우러진 계단식 인공폭포가 마련돼 휴식과 관광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마라난타는 법성포 인근 불갑산에 불갑사를 건립하고 본격적인 포교에 나섰다. 백제 불교는 불갑사라는 작은 절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주문을 지나 오솔길을 올라 만나는 불갑사 대웅전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조선 중기 이후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대웅전을 비롯해 팔상전, 칠성각, 일광당, 명부전, 만세루, 범종루, 향로전, 천왕문 등이 있다.
봄에는 벚꽃길, 여름에는 붉은 꽃잎이 휘날리는 배롱나무 꽃길, 가을에는 불갑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상사화와 단풍, 겨울에는 꽃이 진 후 피어난 푸른 상사화 잎과 대비를 이루는 하얀 눈이 쌓인 풍경이 일품이다.
◇ 원불교 영산성지
법성포에서 영광대교를 건너면 백수읍 길룡리가 나오는데 이곳에는 원불교가 시작된 영산성지가 있다.
이곳에서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20년 넘는 구도과정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원불교는 박중빈이 창시한 종교로 세계에 500여개 교당, 100만 신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영산성지에는 박중빈 생가, 기도터인 삼발재, 마당바위, 대각을 이룬 노루목, 방언탑 등이 있어 전국에서 신도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원불교 재단의 영산대학교도 있어 도를 가르치고 수행하는 배움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옥녀봉은 박중빈이 수양한 곳으로 바위에 그려진 큰 원은 원불교 상징이다.
원불교 100주년을 맞아 2016년 4월 한국의 정신문화를 세계화하고 명상산업 관광자원화를 위해 이곳에 국제마음훈련원이 들어섰다.
영산성지는 백수해안도로 입구에 있어 서해안 노을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기독교인 순교지
바다와 인접한 영광은 오래전부터 외래 문물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산세가 깊고 물이 맑아 도와 수련을 하는데 적합해 종교 발상지로서 좋은 여건을 갖췄다.
이 때문인지 구한말 기독교와 천주교가 다른 지역보다 빨리 유입됐다. 초기에 정착하면서 박해와 순교의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염산면 설도항은 6·25 당시 기독교 신자들이 목에 돌을 매단 채 수장된 곳이다.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막힌 북한군은 야월교회 교인 65명과 염산교회 신자 77명을 살해하고 수장했다.
염산면 설도항에는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하는 순교탑과 체험관, 염산면 야월리에는 기념관이 있다.
야월교회에는 기념관과 종탑, 십자가 조각공원, 순교 기념탑,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와 식당이 갖춰져 있다.
◇ 천주교인 순교지
영광은 호남에서 일찍이 천주교가 전해진 곳으로 조선 시대 신유박해(1801년) 당시 순교한 신자들을 추모하는 천주교 순교기념관이 있다.
종교 탄압에도 숭고함을 잃지 않았던 천주교 순교자를 위해 건립된 기념관은 2010년 광주대교구에서 순교자 기념성당으로 지정받았다. 2014년 6월 첫 미사가 열렸다.
광주대교구에서 운영하는 천주교 성지순례 코스에 포함돼 매년 수많은 순례객이 찾고 있다.
◇ 작년 100만명 찾아…순례코스 개발, 웹툰 제작 등 관광자원화
올해 들어 6월까지 종교성지를 찾은 관광객은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5만2천명, 불갑사 11만5천명, 원불교 영산성지 2천명, 기독교인 순교지 1만8천명, 천주교인 순교지에 1만명 등으로 20만명에 육박한다. 가을에 열리는 불갑사 상사화 행사에 관광객이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종교 성지 방문자는 작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
집계가 시작된 2016년 30만명이던 종교 성지들의 관광객은 지난해에는 10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영광군이 이들 종교 유적지를 묶어 순례코스로 개발하고 웹툰 제작 등을 통해 적극 홍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광군은 4대 종교 성지와 전주 한옥마을, 김제 금산사,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등 전북 종교 유적지를 둘러보는 관광코스를 개발했다.
백수해안도로 등 지역 명소, 굴비, 장어 등 먹거리와 연계한 관광상품도 내놨다.
또 4대 종교 성지를 웹툰으로 제작, 젊은층을 끌어들이는데 힘쓰고 있다.
김준성 영광군수는 "전국에서 4대 종교 유적지가 있는 곳은 영광이 유일하다. 이러한 자원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종교 관광객을 유치하고 영광을 종교관광도시로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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