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매체 무역전쟁 속도조절 "무역갈등, 불매운동 안 이어져"

입력 2018-07-19 13:32
중국매체 무역전쟁 속도조절 "무역갈등, 불매운동 안 이어져"

중국 누리꾼 SNS서 열띤 토의…"이념, 정치체제 등 이질적"

2008년 까르푸·작년 사드사태와 판이…파워블로거 "美, 한국보다 10배 중요"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된지 2주가 지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에 대한 중국인의 악감정이 표출되는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사용할 카드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상황이 통제불능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하면서 자칫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이다.

19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누리꾼들은 중미 무역분쟁의 결과와 파급효과에 관해 소셜미디어에서 열띤 토의를 벌이며 중국에 대한 지지와 자신감을 보였다.

군사평론가 다이쉬(戴旭)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중국은 과거에 일본인 침략자를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트럼프를 두려워하겠느냐"며 "싸우자. 그가 중국의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선동적인 내용의 글을 올렸다.

민족주의 성향의 파워블로거 쓰마핑방은 "중국의 경제·군사·기술적 힘의 굴기(堀起)가 미국을 위협하면서 전쟁은 불가피하다"며 "중국과 미국이 장기간 경제적으로 협력해 왔으나 두 나라는 본질상 이념, 정치체제, 문화적으로 이질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국 누리꾼은 1세기 전 제국주의 침략과 무역분쟁을 비교하면서 중국이 세계에서 두번째 경제대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번 무역갈등에 대해 중국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문은 "많은 사람이 평정을 유지하면서 이번엔 다른 나라가 중국과 정치적으로 충돌할 때 벌어진 대규모의 불매운동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지난 40년간 깊어진 중미 관계로 인해 대규모 불매운동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실제로 맹목적 애국성향의 상당수 중국 누리꾼은 중국과 정치적 갈등을 겪는 국가에 대한 불매운동을 조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8년 파리에서 베이징(北京)올림픽 성화 봉송이 티베트분리주의 옹호자에 의해 방해를 받자 성난 중국인 누리꾼들은 어처구니없게 중국 내 프랑스계 대형마트 까르푸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했고, 지난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는 한국산 제품, 관광, K팝 스타들에 대한 소비자의 광범위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앞서 2016년 국제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거부하자 일부 누리꾼들은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비난하고 일부 도시에서 미국 패스트푸드점 KFC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했다.

신문은 "일부 민족주의자의 분노가 중국 누리꾼·소비자 주류로 확산되지 않았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확대되지도 않았다"며 중미 간 무역관계가 밀접해 양국 이익을 구분하기 어렵고 지난 40년간 미국이 모든 면에서 중국에 큰 영향을 끼쳐 불매운동은 비현실적"이라고 전했다.

블로거 쓰마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중요성은 한국의 10배에 달한다"며 "마음에 내키지 않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현실적으로 있고, 불매운동하기가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 관측통은 "사드 사태 등에 따른 소비자 불매운동 과정에서 중국 관영매체의 편향된 보도행태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며 "일부 누리꾼의 선동 결과로 보면 진실의 일부를 놓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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