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상 자제하라"…필리핀 경찰 성폭행 예방 권고 '뭇매'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의 한 지방 경찰서가 여성들에게 성폭행 피해 예방을 위해 신체 노출이 많은 옷을 입지 말라고 권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19일 GMA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리살 주에 있는 앵고노시 경찰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폭행 예방 권고문을 올렸다.
데이트할 때는 술을 마시지 말라, 호신술을 배워라, 최루액 분사기를 가지고 다녀라, 밤늦게 혼자 다니지 말라 등의 내용을 담은 10개항의 권고문에서 특히 신체 노출이 많은 옷을 피하라는 표현에 네티즌들이 발끈했다.
여성단체는 즉각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성폭행 예방 권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성폭행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여성의 옷 선택이 아니라 성폭행범"이라며 "경찰은 여성의 의상 선택권을 제한할 게 아니라 대중, 특히 남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린 브로서스 '가브리엘라 여성당' 대표도 앵고노시 경찰의 권고를 '성폭행에 대한 심각하게 잘못된 정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앵고노시 경찰은 18일 밤 SNS에서 성폭행 예방 권고문을 삭제하고 "모든 사람이 성폭행 사건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하려는 의도였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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