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가비상사태 2년만에 종료…야권 "끝난 게 아냐" 반발
7차례 연장되며 공무원 16만명 숙청…입법으로 옥죄기 지속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터키 사회를 옥죄어 온 국가비상사태가 2년 만에 해제됐다.
2년 전 군부 쿠데타 진압 직후 선포된 터키의 국가비상사태는 19일 오전 1시(현지시간)를 기해 공식 종료됐다고 AF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언론이 보도했다.
야당에서는 비상사태가 형식적으로는 끝났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더욱 폭압적인 법률로 대체되게 됐다며 끝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사이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1세기 술탄'으로 불릴 정도로 1인 통치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이론상 2033년까지 집권이 가능해, 총리 재임까지 더하면 30년이상 일인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비상사태 2년 =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7월 20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틈을 이용, 공항과 방송사 등 핵심시설을 장악하며 쿠데타를 기도했으나 탱크를 맨몸으로 막은 시민의 저항으로 실패한 뒤 5일 만이었다. 당시 시민과 군경 250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상사태는 3개월씩 7차례나 연장됐다. 그동안 약 8만 명이 구금됐고, 이 숫자의 배가 공공기관으로부터 축출됐다.
반대파 숙청작업은 쿠데타 배후로 알려진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쿠르드족 활동가와 좌파인사들을 망라하면서 현대 터키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친쿠르드족 성향 야당인 인민민주당(HDP)의 전직 지도자 2명은 쿠르드족 무장세력과의 연계 혐의로 2016년 11월 체포돼 여전히 갇혀 있다.
◇비상사태는 계속된다? = 형식적으로 종료됐지만, 비상사태는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야권으로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비상사태의 가장 가혹한 면을 그대로 법률로 살려두기 위해 입법 작업에 나섰고 이미 법안을 제출했다.
소위 '반테러법'으로 명명된 법안은 19일 의회 위원회에서, 내주부터는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법안 내용을 볼 때 사실상 비상사태와 다름없다며 "비상사태는 3개월이 아닌 3년이 연장된 셈"이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실제로 정부 법안에 따르면 당국은 테러단체와 연계된 것으로 간주한 공무원을 해고할 권한을 3년 더 유지할 수 있다. 이 내용은 비상사태의 핵심적인 권한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또 시위와 집회는 공공질서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정까지 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일몰 후 공공장소에서는 금지된다.
이 밖에 용의자를 영장 없이 48시간 억류할 수 있고, 다중 범죄의 경우 이를 최대 4일까지 늘릴 수 있다. 증거 수집에 어려움이 있거나 특별히 방대한 사건이라면 이 기간은 2차례까지 연장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 유럽지부의 부책임자인 포티스 필리푸는 AFP통신에 비상사태의 많은 권한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 테러 명분 계속 옥죄는 정부 = 터키 당국은 비상사태 종료 수일 전까지 비상사태의 특별권한을 행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터키 정부는 지난 8일 경찰 8천998명을 포함해 공무원 1만8천632명을 해고했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단체와 연계 의혹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비상사태 해제를 앞두고 반정부 성향 인사들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2주 만에 나온 조치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비상사태 종료와 함께 테러 혐의로 거의 2년간 갇혀 있는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을 점쳤으나, 법원은 18일 계속 구금을 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효율적인 정부를 앞세워 각 부처와 공공기관을 자신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두는 등 중앙통제도 강화했다.
압둘하미트 귈 법무장관은 이번 주 "비상사태가 종료된다고 해서 테러에 대한 우리의 싸움이 끝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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