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조사위, 추락 헬기 '기본설계·기체결함' 규명에 집중

입력 2018-07-19 09:03
수정 2018-07-19 15:05
해병대 조사위, 추락 헬기 '기본설계·기체결함' 규명에 집중



유럽 기술진에 자문 검토…사고조사위에 유족대표 참관 허용할듯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해병대의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 조사위원회는 19일 사고기의 기본설계와 기체 결함 등 가능성을 우선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을 보면 이륙후 4~5초 만에 사고 헬기에서 메인 프로펠러 로터(주회전날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장면이 포착됐고, 이는 사고 원인을 좁혀줄 단서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30m가량을 상승하다가 회전날개 1개가 먼저 튀어 나가고 나서 나머지 헬기 회전날개 전체(로터 블레이드)가 떨어져 나갔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해병대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 헬기가 2012년 말 전력화된 이후 여러 유형의 사고와 결함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주회전날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사례는 없었다"면서 "기본설계 결함이나 기체 및 장비결함 등을 집중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아울러 사고기가 시험비행 직전 기체가 심하게 떨리는 진동 현상에 대한 정비를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해병대 측은 전날 유가족들에게 진동 때문에 정비를 한 후 시험비행했다는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체 떨림 현상을 막아주는 자동진동저감장치에서 문제가 생기면 헬기 전체에 영향을 줘 주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작년 11월에도 경남 고성군에서 수리온 헬기가 시험비행 도중 자동진동저감장치에서 이상 신호가 체크돼 예방 차원에서 착륙한 바 있다.



헬기 전문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들이 '기본설계결함' 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 수리온의 원형인 헬기가 프로펠러 이탈 현상으로 추락한 사례가 있다"면서 "수리온도 기본설계가 사고가 난 유럽 기종과 동일한 기체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원인도 비슷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은 유럽 헬기업체 유로콥터(현 에어버스헬리콥터스) 쿠거와 슈퍼 퓨마를 한국형으로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2016년 4월 노르웨이에서 수리온의 베이스 설계모델인 '쿠거'의 파생형인 '슈퍼 퓨마'가 주회전날개 이탈 증상으로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사망했다. 노르웨이 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프로펠러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박스 내 기어 중 하나가 균열로 튀어 나갔고 그 충격으로 프로펠러와 기어박스를 연결하는 구조물이 파괴된 것으로 발표했다.

2009년 4월 스코틀랜드에서도 슈퍼 퓨마기종이 동일한 사고로 추락했는데 그 원인도 기억박스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AI(한국항공우주산업)측 관계자는 "주회전날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갔거나, 날개 1개가 먼저 부러진 다음 통째로 떨어져 나간 것인지를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며 "해병대가 제공한 CCTV 영상만으로는 과거 유럽의 두 사례와 같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AI 측은 사고조사위의 요청이 있으면 에어버스헬리콥터스 기술진에 기술 자문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고조사위 측에서도 유럽 기술진을 불러 기술자문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마리온이 수리온을 개조하면서 함정 착륙을 위해 앞날개를 접을 수 있도록 했는데 그와 관련해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접이식 날개를 펴는 과정에서 장비결함 또는 정비 실수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유가족 대표를 사고 조사위원회 활동에 참관토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사고 현장도 언론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고가 난 마린온 2호기는 지난 1월 해병대가 인수한 이후 장비운용시간이 약 152시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운용시간은 지상에서 엔진을 가동하거나 시험비행한 시간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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