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 오계' 혈통보전 부지 방치 논산시, 연구비도 집행 안 해(종합)

입력 2018-07-19 15:46
수정 2018-07-19 15:57
'연산 오계' 혈통보전 부지 방치 논산시, 연구비도 집행 안 해(종합)

천연기념물 오계 산란율 급격히 떨어지고 풍토병 폐사 심각

문화재청 등, 올해 근친예방 기반시설 설치·교배기술연구비 5천만원 책정



(논산=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천연기념물 '연산 오계' 혈통보전 등을 위해 마련한 부지의 어린이집 점유를 10년 가까이 방치해온 충남 논산시가 근친예방 및 교배기술연구를 위해 책정된 예산도 집행하지 않고 있다.

19일 연산오계재단 등에 따르면 논산시는 천연기념물 265호 연산 오계의 근친예방을 위한 기반시설 설치와 교배기술연구를 위해 올해 문화재청과 충남도로부터 받은 4천250만원과 시비 750만원 등 5천만원의 예산을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 예산은 연산 화악리 오계 국가지정관리자인 이승숙 씨 등 재단이 천연기념물 오계의 근친제어 대책을 연구하고 윤환 교배시설을 설치하려고 탄원해 3년에 걸친 노력 끝에 얻어낸 것이다.

연산 오계 근친예방을 위한 기반시설 설치와 교배기술연구사업은 계획서상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진행된다. 신청 사업비는 총 5억원이다. 국비 70%, 도·시비 각 15%이다.

연산 오계는 우리나라의 재래종 닭으로, 198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가금류로서는 유일한 국가지정 문화재다.

토종 오계는 살, 뼈, 깃털, 부리 등이 모두 검은색으로 궁중에 진상되던 논산 지방의 특산물이었으나 일본강점기를 거치면서 '오골계'로 불렸다.

우리나라는 2008년 4월부터 '오골계→오계'로 이름을 바꿔 부르고 있다.



하지만 국가 위임을 받아 이 천연기념물의 혈통보전 사업 관리와 감독을 해야 하는 논산시가 업무에 손을 놓다시피 하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오랜 근친교배의 결과로 유전적 다양성이 크게 훼손돼 멸종 초기 단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나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연평균 산란율이 급격히 떨어져 현재는 10%대에 머물고 있고 한 장소에서만 수십 년간 사육, 토양오염으로 인한 풍토병인 '흑두병' 등 고질적인 질병에도 시달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오계 혈통보전' 등을 목적으로 2008년 국비(70%)를 반영,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의 현 사육장 인근 한적한 곳에 있는 폐교부지를 해당 자치단체인 논산시 명의로 매입했다.

하지만 이 부지는 현재까지 무려 10년 가까이나 본래 목적에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 부지에서는 10년 넘게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논산시는 매입 당시 보상을 받고도 이전을 하지 않은 어린이집에 보조금까지 지원했다.

당시 폐교부지 매입 목적 중 하나였던 '오계 체험관' 건립 추가 예산확보가 지지부진한 데다 원생 20여명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논산시는 어린이집에서 임대료 명목의 돈을 받았다.

논산시는 최근에야 겨우 '유상사용'을 허가하더니 이번에는 국가지정관리자인 이씨가 이 폐교부지에 근친예방 기반시설(종계장) 설치를 위해 나무를 베어 민원이 발생했다며 사용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씨는 "시설을 짓기 위한 지장목 제거를 위해 사전에 시와 충분히 논의했다"며 "나무를 베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시로부터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충남도는 17일 오후 홍성 내포신도시 도청에서 남궁영 행정부지사 주재로 문화재청과 논산시, 이씨 등 4자가 모인 가운데 이 문제를 협의했다.

논산시 관계자는 "세부계획서가 없는 등 사업계획서가 미진해 재단 측에 정식으로 보완을 요청한 상태"라며 "서류만 제대로 갖춰지면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집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치해 애초 목적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폐교부지 주변 마을 주민들은 악취와 폐수 배출 우려가 크다며 이 부지에 오계 종계장이 옮겨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jchu20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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