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5도 훌쩍, 불판 같은 갑판"…무더위와 사투 벌이는 조선소
바람 한 점 없는 작업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 '주르륵'
현대삼호중공업, 살수차·냉풍 주입 등으로 더위 쫓는데 안간힘
(영암=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건조 중인 선박 위 철판 온도는 섭씨 45도를 훌쩍 넘어섰다. 지상보다 15도나 높았다.
달궈질 대로 달궈진 철판과 바람 한 점 없는 갑판 밑 탱크 안에서 일하는 조선소 근로자들이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섭씨 3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진 19일 전남 서남권 최대 조선사인 현대삼호중공업.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선박 건조 작업장의 열기는 온도는 더욱 올라갔다.
대형블록을 옮기는 트랜스포터 앞으로 이글거리며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더위를 식히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물을 뿜는 살수차의 모습에 '조선소 여름나기'가 보통 일이 아님이 실감 났다.
현장에서 온도계를 보니 선박 위 철판의 온도는 45도를 웃돌았다. 땡볕이 절정에 오를 때면 60도를 넘기기도 한다.
이 정도면 날계란이 반숙될 정도다. 선박 위 작업자들은 더운 날씨에 용접복까지 겹겹이 껴입고 불꽃 작업을 한다.
땀이 폭우를 맞기라도 한 듯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일하는 도중 짧은 휴식시간에 그늘과 바람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근로자의 모습도 힘겨워 보였다.
현대삼호중공업은 갑판 위 이곳저곳에 햇볕을 조금이라도 차단하고자 그물막과 천막을 쳐놓았다.
현장 작업반장인 박근철 씨는 "지금은 불판 위에서 작업하는 격"이라며 "여름마다 전쟁을 치른다"고 전했다.
갑판 밑 실내 탱크 안에서는 작업장 곳곳에 팬과 스폿쿨러를 이용해 공기를 주입하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장은 그야말로 철판으로 둘러싸인 찜질방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이 흘러내렸다.
회사에서 지급한 식염정과 캔 음료도 순간의 갈증만 해소해 줄 뿐 더위를 쫓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곳 현장 팀장인 한찬욱씨는 "더운 날일수록 안전작업에 더욱 신경을 쓴다"며 "땀을 많이 흘려 자칫 탈진하는 사람이 나타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회사에서 설치한 제빙기에서 얼음을 꺼내 물통에 넣고 선박 위 작업장으로 가져가 더위를 버틴다.
또 작업 틈틈이, 쏟아지는 땀방울을 대신해 얼음물을 연거푸 들이키지만 얼음물조차 순식간에 미지근해진다.
작업자들은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나름대로 비법을 소개했다.
안전모에 시원한 물수건이나 채소를 넣는 것도 비법 중 비법이라고 했다. 얼굴을 빛가리개로 통통 말고 팔에는 쿨토시도 착용한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혹서기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이 기간 특별히 점심을 원기보강에 좋은 보양식으로 메뉴를 구성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도 점심에 삼계탕과 냉면이 특식으로 제공된다.
임직원 부인들로 구성된 주부대학동창회는 남편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응원하기 위해 배식지원에도 나선다.
현대삼호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대형 철 구조물 속에서 용접 등 불꽃 작업을 하는 일은 용광로 속에서 일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며 "회사는 현장 직원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맞춤형 현장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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