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생명의 전화 25년…하선주 소장 "한 달에 30명 살렸을 터"

입력 2018-07-18 16:29
경남 생명의 전화 25년…하선주 소장 "한 달에 30명 살렸을 터"

"사람을 살려봤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청소년 자살 예방 총력"

좋은 부모되기 운동본부 운영하고 노인의 전화도 개통,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업무까지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이제는 청소년 자살 예방에 올인하려고 한다. 자살률이 세계 최고지만 10년 지나면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출산율은 바닥인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고 너무 암울할 것 같다"

정부 복지정책이나 위기관리센터 책임자 이야기가 아니다. 경남에 한 곳뿐인 생명의 전화 책임자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예산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경비는 대부분 후원에 의존하지만 25년간이나 계속해온 사업이고 갈수록 수요도 할 일도 많은지라 일을 멈출 순 없다.

1993년 김해에 터를 잡고 시작했던 사회복지법인 김해생명의전화가 최근 25주년을 맞았다.

20여 년 소리 없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심지어는 가족이 챙겨야 할 부분까지 대신 발 벗고 나서면서 2016년 4월엔 아예 경남생명의전화로 이름까지 바꿨다.

하선주 소장은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랜 세월 지나면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그렇지만 사람을 직접 살려봤기 때문에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경남생명의전화는 일반적으로 전화 상담 등을 통해 자살예방사업을 하는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살상은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얼굴 없는 친구, 다정한 이웃, 함께하는 삶'을 슬로건으로 하는 상담소 사업은 가장 기본이다. 365일 24시간 전문교육을 받은 자원봉사 상담원이 자살 등 위기 상황은 물론 인권, 의료, 법률 등을 상담해준다.

자살예방사업은 가장 중요하고 고유한 생명의전화 목적사업이다. 2002년부터 부설 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한 달로 따지면 30명가량이 "죽고 싶다"며 자살을 암시하는 전화를 해온다.

이 가운데는 상습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대화를 한참 하다 보면 자살을 암시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을 앓는 등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사람만 200여 명에 이른다.

하 소장은 "경남생명의전화에서 한 달에 약 30명 정도 자살 위기에 몰렸거나 정신적으로 고립된 분의 생명을 구한다고 생각된다"고 털어놨다.

가끔은 며칠씩 굶어 죽을 먹을 기력도 없는 노인이 발견돼, 살아 있는 것이 기적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생명의전화는 자살예방뿐 아니라 자살유가족 지원센터도 운영한다. 자살자 유가족 또한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자살예방지침서엔 '파급 효과를 갖는 자살은 자살한 사람과 관계있는 모든 사람에게 상실감을 느끼게 한다. 한 명이 자살하면 그 영향을 받는 사람은 5∼10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3천92명으로 자살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가족만 매년 7만 명에서 14만 명에 이른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0만 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18.7명으로 2위인 일본과도 큰 차이를 보이는 데다 2003년 이후 한 번도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경남생명의전화는 좋은 부모되기 운동본부도 운영하고 2000년 노인의 전화도 개통했다.

2016년 9월부턴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업무까지 맡았다.

엄청난 사업을 하지만 직원은 이진규 이사장을 제외하면 유급 직원은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진 자원봉사자로 꾸려나간다.

자원봉사자 120여 명이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전화상담을 받고 부설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개원 25주년을 맞은 지난 10일엔 김해시청에서 시민자원봉사자 27기 수료식이 진행됐다. 이날 수료로 교육을 이수한 전화상담 봉사자는 980여 명으로 1천 명에 육박한다.

1993년 개원부터 지난 6월 말까지 경남생명의전화 총 상담실적은 12만1천960건에 이른다.

이들은 전화상담을 해보고 필요하면 방문도 한다. 긴급 상황 발생이 우려되면 경찰이나 소방, 동사무소 등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생명의전화 '라이프 라인'(Life Line)운동은 1963년 자살 직전의 한 젊은이의 전화를 받게 된 알렌 워커(Alan Walker) 목사에 의해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돼 세계 19개국으로 확대됐다.

한국에서는 1973년 서울센터의 '아가페의 집'을 시작으로 1976년 9월 최초의 전화상담 기관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 전국 공통상담전화(☎1588-9191)가 개설됐다.

전국 19개 지역에서 센터가 설치돼 활동 중이며 서울, 부산, 대구, 김해(경남) 등 4개 도시는 자체 독립법인으로 운영된다.

b94051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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