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생활방사능 측정 283개 제품 중 32% 방사선 검출"
환경운동연합·시민방사능감시센터, 생활방사능 3주간 측정결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너무 불안해서 그동안 라텍스 매트리스가 있는 안방에서 잠도 못 잤어요. 방사선이 검출 안 돼서 다행이긴 한데 찜찜하네요. 마음 같아선 그냥 내다 버리고 싶은데 폐기도 마음대로 못하잖아요."
박효진(38)씨는 18일 오후 폭염을 뚫고 지난해 필리핀 세부에서 사 온 라텍스 매트리스와 베개를 짊어지고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 있는 '생활방사능 119측정소'를 찾았다.
감마선·베타선 간이계측기로 검사해본 결과 박씨의 매트리스에서는 방사선이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씨는 정밀한 기계로 라돈 검출 여부를 한 차례 더 검사한 후에야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이날 방사능 측정소에는 박씨뿐만 아니라 갓난아이를 둘러업고 샤워기를 갖고 온 30대 여성, 매트리스와 베개 등을 싸들고 경기도 의왕시에서 1시간 넘게 운전해서 온 60대 부부 등의 방문이 이어졌다.
지난달 19일 문을 연 측정소에는 3주간 107명이 찾아와 283개 제품의 생활방사능을 측정했다. 이들이 가져온 제품은 라텍스가 71%로 가장 많고, 벨트·목걸이 등 건강 기능성 제품 18%, 샤워기·주방기구 등 생활용품이 11%로 그 뒤를 이었다.
검사 결과 라텍스 제품 71개, 건강 기능성 제품 8개, 생활용품 8개, 침구류·건축자재·기타 각 1개 등 총 90개(32%) 제품에서 감마선과 베타선이 자연방사선 배경준위 이상 검출됐다.
방사선이 검출된 제품 중 51개 제품을 대상으로 폐암 유발 물질인 라돈 검출 여부를 다시 측정해보니 88%에 해당하는 45개 제품에서 라돈이 실내공기질 기준(4 피코큐리·pCi/L)보다 높게 나왔다. 특히 방사능이 검출된 매트리스에서는 모두 라돈이 측정됐다.
감마선·베타선·라돈 등이 검출된 라텍스 제품의 원산지와 구매장소는 중국이 57개로 가장 많았고, 태국 7개, 필리핀 3개, 말레이시아·캄보디아·한국·홍콩 각 1건 등의 순이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매트리스와 베개에서는 방사선이 검출됐어도, 같은 곳에서 구매한 라텍스 이불과 패드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제품 특성별로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라돈이 검출된 제품에서 감마선과 베타선도 배경 준위 이상으로 검출될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수많은 방사성 물질 중 라돈에만 한정적으로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조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매트리스뿐만 아니라 침구류, 건강 팔찌, 속옷, 화장품, 생리대 등 음이온이 들어간 생활 속 제품들을 상대로 방사선 검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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