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분열적 외교정책' 우려…대북 리스크도 커져"
"기존 질서 뒤엎는 도박가 면모…'무엇 때문인지'가 불분명"
전문가 "대북정책 조만간 진전 없으면 방침 바꿔야 할지도"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기존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그의 분열적 외교정책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또 어떻게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또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조만간 구체적 성과가 없을 경우 다시 과거 정책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WP는 밝혔다.
WP는 이날 '무엇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외교가 해외에서 미국의 지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짧은 5주 동안 기존 세계 질서를 완전히 뒤집어놓았다"면서 그의 외교행보를 이같이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기존의 미국 외교정책 궤도를 수정하는 시도를 보여줬다고 WP는 밝혔다.
또 나토정상회의에서 69년간 이어진 안보동맹을 불안하게 만들면서 유럽 동맹국과 '수사적 전쟁'(rhetorical war)을 벌이는가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한 미국 정보기관을 비난했다. 중국과는 전례 없는 무역전쟁을 불사하기도 했다.
2차 대전 이후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규정해 온 미국 주도의 무역·안보 다자기구들을 무시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게 WP의 평가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푸틴 대통령과 신뢰를 형성해 상대방이 더 많은 '배당금'을 내게 하겠다고 말했던 점도 상기시켰다. 이는 긴 시간 공들이는 형태로 전통적 외교관이나 정책 전문가들이 추구했던 방식을 따르는 것보다 낫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같은 '트럼프식 접근'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폄훼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전임 대통령들이 서방 국가들 사이의 합의를 통해 '적국'에 일치된 전선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런 행동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랬던 대로 그가 기존 질서를 뒤엎고 일반적인 통념을 던져버리는 협상가, 위험을 감수하는 도박가로서의 면모를 구축하는 데 분명히 기여했다고 WP는 평가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무엇을 위해 이런 외교 정책을 시도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WP는 공화당 의원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지, 어떻게 거기에 도달하려고 생각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동유럽 전문가로 전 미 국무부 관리였던 대니얼 프리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 "내셔널리즘과 깊이 연관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식 외교정책이 "미국을 세계의 지도자 국가에서 단지 탐욕스러운 열강 중 하나로 전락시키고 있다"면서 "세계가 '힘이 곧 정의'였던 19세기 힘의 정치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컨설팅기업인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대표는 "이미 와해되고 있는 국제 질서에 트럼프가 막대한 손상을 입히고 있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 성과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WP는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나토에서 빠져나오거나 북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려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푸틴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보여준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댄 블루멘털 아시아연구소장은 "큰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며 "지금 북한 문제와 관련한 위험은, 만약 다음 달쯤에도 뭔가 진정한 진전이 없다면 그때는 방침을 다시 바꿔야 할 것이라는 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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