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설치 어렵다는 이유로 전학 거부는 장애인 차별"

입력 2018-07-18 13:29
수정 2018-07-18 14:15
"특수학급 설치 어렵다는 이유로 전학 거부는 장애인 차별"

청주 A고 전입 원하는 지적 장애학생 요청 외면하다 제소당해

인권위 "장애학생 1명이 요구해도 특수학급 설치해야"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청주의 모 사립 고교가 특수학급 설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학 오기를 원하는 지적 장애 학생을 받지 않았다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관련 법 위반과 장애인 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학교는 인권위 권고에 오는 9월 1일자로 특수학급을 설치, 이 학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충북도교육청과 고교 2학년인 A 군 가족에 따르면 지적장애를 가진 A 군 학부모는 지난해 11월 인근 B고로 전학(재배치)하기를 원했다.

재학 중인 고교의 특수학급과 일반학급 간 거리가 멀어 수업을 위해 교실을 오가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리까지 불편해 쉬는 시간에 이동하는 데만 10분이 걸렸다.

1년간 재학 중인 학교가 이동권을 보장하는 조치를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뾰족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자 A군은 사립인 B고로 전학 하기로 했다.

그러나 B고는 A군을 다른 장애학생처럼 일반학급에 편성할 수는 있지만 학교 여건상 그를 위해 특수학급을 개설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도교육청은 특수교육 대상자 단 한 명이 요구해도 특수학급을 설치해야 하고, 교사 인건비와 교실 리모델링비, 교재교구비도 지원하겠다며 B고에 특수학급 개설 요청을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유휴교실이 없고, 장애학생들의 이동 환경도 미비하다는 이유로 계속 난색을 보였다.

A군 어머니는 "전학은 허용하지만, 특수학급 설치는 불가하다는 것이었는데 우리 아이는 완전통합(일반학급) 학급에서 공부할 형편이 아니었다"며 "장애 유형과 장애학생 개인에 따라 다른데 특수학급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은 차별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고등학교 과정 기준으로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7인 이하인 경우 1학급을 설치해야 한다.



충북장애인교육권연대는 지난 1월 말 "청주 동북지역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특수교육 대상자가 늘어 주변 학교가 모두 특수학급을 설치했는데 유독 B고만 장애학생 교육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항의 집회를 한 뒤 인권위에 제소했다.

진상 조사를 벌인 인권위는 지난 6월 "장애인 차별에 해당하고 법 규정에도 위배된다"며 B고에 특수학급 개설을 권고했다.

도교육청은 최근 B고부터 "9월 1일자로 특수학급을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A군 가족은 이에 따라 재학 중인 학교를 통해 전학 신청서를 제출했다. 도교육청은 B고에 특수학급이 설치되면 특수교육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쳐 A군을 B고로 전학시킬 방침이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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