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속출에 멀어진 3%…결국 정부도 성장목표 2%대로 낮춰
1년새 취업자 증가폭 전망 '반토막'…경기국면 사실상 '하강' 인식
투자부진에 무역전쟁 불안 겹쳐…경제전망 '오락가락'에 비판도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정부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9%와 2.8%로 각각 0.1%포인트 낮춰 잡으며 경기국면을 '하강'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하는 경제정책방향이 무색하도록 올해 고용 목표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정부는 성장과 고용에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보고, 긴 시계에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부의 최근 경제전망이 큰 폭으로 변화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 경기국면 논란 사실상 종지부…정부도 '하강' 인식
정부의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고용을 중심으로 경제지표 부진이 계속되면서 '경기가 하강세로 바뀌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18일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에서 정부가 스스로 진단한 현황을 보면 정부도 결국 경기 하강 국면 진입을 어느 정도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작년 말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취업자가 32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2월 10만4천명을 기록하며 1년9개월 만에 10만명대로 떨어진 후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맴돌았다.
5월에는 7만2천명으로 10만명 선마저 무너졌다. 6월에는 10만6천명으로 10만명 선에 턱걸이했지만, 목표치와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올해 1∼6월 수출 증가율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6.6%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1∼5월 설비투자도 전체는 4.8% 늘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1.4%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민간소비는 1분기 3.5% 증가했지만, 해외소비나 수입제품에 편중되면서 내수에는 실속이 없었다.
정부는 이달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까지 8개월 연속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판단을 이어갔다.
반면 민간을 중심으로 경기가 꺾였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경기국면 논쟁'이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올해 3.0%와 내년 2.9%에서 각각 0.1%포인트씩 낮추면서 사실상 경기를 하강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가 "수출·소비 회복 등 지표성 경기는 양호한 모습이나 내용 면에서 취약하다", "세계 경제 개선 혜택이 일부 업종에 그쳤다" 등의 부정적 표현을 사용한 점이 그렇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성장률을 2.9%로 전망한 것은 경기를 나쁘게 본다는 의미"라며 "민간이나 정부나 다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기에 이제 경기논쟁은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 투자·고용·분배 부진 계속 전망…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리스크도 상존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한 해결 노력이 없다면 성장·고용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경기와 관련해 향후 대내 여건에 대한 정부의 전망은 역시 비관적이다.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성장에 이바지해 온 건설·설비 등 투자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가장 최근 전망인 작년 12월보다 수치를 대폭 낮췄다. 건설투자는 0.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0.1% 감소로 전망치를 바꿨다. 설비투자도 3.3% 늘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반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는 1.5%로 역시 내렸다.
정부는 주력산업이 부진하고 생산가능인구 등이 감소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일자리 어려움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년일자리 대책이나 추경 집행 본격화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건설경기 조정 등 하방요인도 상당한 상황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추진에도 악화한 분배지표도 단시간 내에는 개선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령화, 온라인·자동화 등에 따른 임시·일용직 감소로 저소득층의 일자리 상황은 좋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영세자영업자 업황도 부진하면서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0%대 상승하며 고용을 비롯한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일자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올해 부진한 데 대한 정부 진단에는 한 마디도 담기지 않았다"며 "곤혹스러운 처지는 이해가 가지만 정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외 상황도 밝지 않다. 오히려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위험들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올해와 내년 각각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며 회복세가 지속할 것으로 봤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한국과 밀접한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무역전쟁'이 심화한다면 그나마 양호한 수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아울러 유가 상승은 내수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금리가 덩달아 상승한다면 서민이나 영세자영업자의 부채가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 헛다리 짚는 경제전망…'장밋빛 미래만 봤나'
<YNAPHOTO path='C0A8CA3D0000016492416B5B00027048_P2.jpeg' id='PCM20180713001124044' title='한국 경제 전망(PG)' caption='[제작 이태호,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정부가 경제전망치를 줄줄이 하향조정하면서, '헛다리' 전망을 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작년 7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과 12월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모두 3.0%로 예상했다가 이번 발표에서는 0.1%포인트 내렸다.
취업자 증가는 작년 6월 36만명에서 12월 32만명으로 잡았다가 이번에는 18만명으로 줄였다. 1년 사이 반을 깎은 것이다.
설비투자는 7월 3.0%에서 12월 3.3%으로 상향 조정했다가 이번에는 1.5%로 50% 이상 내렸다.
건설투자는 7월 2.0%에서 12월 0.8%에서 이번에는 -0.1%로 바꿨다.
1년 사이 총 세 번의 전망에서 주요 경제지표 전망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정부가 기대효과만 강조하고 위험요인에 대한 치밀한 분석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3%대 성장률 달성에 취해 지나치게 장밋빛 미래만 바라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이 보기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 대표적인 정책인데 성과가 좋지 않고 노동시장은 참담할 정도라 정부 정책에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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