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표팀 유니폼 입은 '모나리자'에 분노한 이탈리아
루브르박물관, 월드컵 프랑스 우승 직후 트위터에 합성사진 게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랑스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 직후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 프랑스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모나리자' 합성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이탈리아에서 역풍을 맞았다.
17일(현지시간) 일 메사제로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루브르박물관은 지난 15일 프랑스가 크로아티아를 꺾고 월드컵 제패를 확정 지은 직후 공식 트위터 계정에 '모나리자'가 푸른색 프랑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을 게재, 월드컵 우승의 기쁨을 드러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6세기 초반 피렌체의 상인인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도의 아내 '리자 델 지오콘도'를 모델 삼아 그린 것으로 알려진 '모나리자'는 루브르박물관의 대표적인 소장품이다.
루브르박물관의 트윗에 이탈리아인들을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어느 나라보다도 축구에 대한 애정이 큰 이탈리아인들은 가뜩이나 자국 대표팀이 60년 만의 예선 탈락으로 이번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해 대회 기간 내내 쓴 입맛만을 다시던 터였다.
한 이탈리아 트위터 이용자는 "이탈리아인이 그린 '모나리자'는 당연히 이탈리아 작품"이라며 "우리 작품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을 당장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이탈리아인은 "프랑스는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왜 (프랑스의 대표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사용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프랑스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영국 BBC방송도 "실제 모나리자는 16세기 피렌체 사람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탈리아 팬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인들이 프랑스 유니폼을 입은 모나리자에 이처럼 분노하고 있는 것은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모나리자' 반환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는 2012년 '모나리자'의 이탈리아 반환을 위한 서명 운동에 수십만명이 서명하는 등 루브르박물관 측에 작품을 돌려줄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하지만 루브르박물관은 프랑스가 이 작품을 약탈한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획득한 것임을 강조하며, 돌려줄 필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다빈치가 1516년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의 요청으로 프랑스로 이사를 하면서 모나리자를 가져갔고, 다빈치의 후원자 역할을 한 프랑수아 1세가 다빈치의 사후에 그의 제자들로부터 '모나리자'를 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상에 "나폴레옹이 훔쳐간 '모나리자'를 돌려달라"는 이탈리아인들의 요구가 분출하자, 루브르박물관 측은 급기야 17일 공식 트위터에 "'모나리자'는 프랑수아 1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로부터 구입한 것임을 알린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은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이 확정된 15일 밤 로마 시내의 중심가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의 분수에 프랑스인들로 추정되는 프랑스 팬 10여 명이 한꺼번에 올라가는 일이 벌어져 경찰이 벌금 부과를 위해 이들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문화재로 관리되는 주요 분수에 발을 담그거나 들어가는 행위가 불법이지만, 이들은 당시 단속 요원들이 뜨자 재빨리 흩어져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