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상, 시혜적 보상에 머물러…직업병 원인 해결해야"
백도명 서울대 교수, '노동안전보건 과제 대토론회'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직업병에 대한 산업재해보상이 시혜적 보상에 머물면서 실제 문제의 원인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 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 '산업재해 피해자 증언대회 및 노동안전보건 과제 대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백 교수는 "산재보상이 1963년 건강보험보다 먼저 시작되면서 정치적 판단하에 경제적 타협이 이뤄지는 시혜로서의 보상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산재보상 작동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가 우리 사회 화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보상이 아니라 원인 규명을 요구하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가만있지 않겠다는 외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산재와 직업병에서 실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조사해 그 원인에 대한 해결이 도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지금까지 작업장의 건강위험으로 제기될 수 있었던 문제들의 성격은 뇌심혈관질환과 같이 상황이 위중하거나 근골격계질환처럼 규모가 큰 문제들이었다"며 "위장질환, 피부질환 등에 대한 문제는 확산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행 안전보건에 대한 형식적 감독을 그대로 둔다면 노동자와 사업주에게 모두 불신과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으로 예방 감독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재보상과 산재예방이 연계되는 감독행정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산재보상 과정에 노동자의 참여를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1988년 7월 2일 수은 온도계 제조업체에서 일하다가 수은에 중독돼 사망한 문송면(당시 15세)군의 유가족과 같은 해 섬유업체인 원진레이온에서 발생한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 사태의 피해자 등이 참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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