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더위 피해 실내·한강으로 '대피'…한증막 된 서울(종합)
복합쇼핑몰·무더위 쉼터 등으로 발걸음…여의도 한강공원 시민 몰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이효석 최평천 기자 = 오후 수은주가 32도를 넘어선 17일 서울은 그야말로 한증막이나 찜통 같은 열기를 자아냈다.
서울은 이날 오후 낮 최고 기온 32.1도를 찍으며 더위가 절정을 이뤘다. 평년 낮 최고 기온인 28.2도보다 3.9도나 높았다.
34도까지 올랐던 전날보다 온도가 약간 낮기는 했으나 30도를 넘는 기온에 최소 45% 이상의 습도가 더해져 무덥기는 마찬가지였다.
직장인 한모(31) 씨는 "야외에서 5분만 걸어도 지치는 날씨"라고 표현했다.
이날 시민들은 최대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머무르면서 더위를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실내 복합쇼핑몰인 삼성동 코엑스는 점심시간이 되자 방학을 맞은 대학생에 인근 직장인까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직장인들은 시원하게 땀을 식히면서 가볍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면 요리 집 앞마다 10여m씩 줄을 섰다.
한 국숫집 앞에 줄을 서 있던 성 모(34) 씨는 "아무리 줄이 길어도 실내에서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어 코엑스로 왔다"면서 "시원한 냉콩국수를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열치열'이라며 오히려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주꾸미 전문점을 찾은 최모(28·여) 씨는 "더울 때 매운 걸 먹으면 땀이 좀 나면서 오히려 더위가 날아간다"면서 "매운 걸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며 웃었다.
커피숍과 아이스크림 가게는 빈자리가 나면 곧바로 서서 기다리던 사람이 뛰어가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직장인 황모(33) 씨는 "요 며칠 내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다"면서 "무더위가 이어지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데, 이럴 때는 그냥 회사도 방학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삼성동의 한 노인 복지관 바둑실에서도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잘 쐬지는 자리가 인기였다.
바둑 훈수를 두던 김모(71) 씨는 "집에서 에어컨 틀면 전기세 아까우니까 한여름에는 복지관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오후 7시에도 기온이 31도를 유지하며 무더위가 꺾이지 않았다. 한낮 더위를 피하려고 실내로 '대피'했던 시민들은 저녁이 되자 강바람을 찾아 한강으로 모여들었다. 찜통 같은 도심과 달리 한강에는 바람이 불며 높은 기온에도 다소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돗자리를 들고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원효대교 아래와 나무 그늘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여자친구와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대학생 박 모(24) 씨는 "실내보다 덥기는 하지만, 에어컨 바람보다 자연풍을 느끼고 싶어 나왔다"며 "가만히 그늘에 앉아 있으면 생각보다 시원하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유 모(56·여) 씨는 "온종일 에어컨을 켤 수 없어서 그나마 시원한 한강에 나왔다"며 "밤늦게까지 한강에 있다가 시원해지면 집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서울시는 냉방시설이 설치된 주민센터, 복지회관, 경로당 등 3천200여 곳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에서는 실내온도를 26∼28도로 유지한다. 일부 쉼터는 연장 쉼터로 지정돼 폭염특보 발령 시 오후 9시 이후와 주말까지 연장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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