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캠프 사고 5년…유족 "안전사회 정착 소망"
이병학 군 부친 이후식 씨 "사고는 남의 일 아니라는 경각심 필요"
18일 공주사대부고서 추모행사…유족 장학금 마련해 전달
(공주=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해 뜨면 눈 뜨고 해 지면 눈 감으며 산 세월이 벌써 5년이네요. 그간 우리 사회는 많이 바뀐 건가요?"
충남 천안공원묘원의 한 추모비에는 장태인·진우석·이병학·김동환·이준형 군 이름과 각자의 생일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그 옆으로는 복사해 붙여넣은 것처럼 '2013년 7월 18일'이라는 날짜를 반듯하게 파 놨다.
당시 공주사대부고에 다니던 이들 5명은 충남 태안군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가 이날 바다에 빠져 숨졌다.
학생들은 무자격 교관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바다로 향했다가 희생됐다.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였다.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이병학 군 부친 이후식(51) 씨는 "그간 책임자 엄중 처벌과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위해 목소리도 높여보고 이곳저곳에 호소하기도 했다"며 "그게 아들을 앞세워 보낸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씨를 비롯한 유족은 청와대 1인 시위부터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결성 주도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사고 직후 모였던 국민적 공분과 관심이 사그라들까 걱정하며 정치권에 사설캠프 난립 등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요청했다.
캠프 관계자 재판 과정에서 솜방망이 논란이 일 때는 불법이나 꼼수로 얻은 이익에 대해 엄벌해 달라고 앞장서 요구하기도 했다.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변화도 있었다.
정부는 매년 7월 18일을 연안사고 안전의 날로 지정해 안전한 해양문화 확산을 위한 행사를 펼친다.
세월호 참사와 맞물려 학생들에게 물놀이 안전수칙과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법을 교육하는 시간도 늘었다.
이씨는 "해병대 사령부가 아닌 민간단체에서 해병대 캠프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이라든지, 다소 미흡하나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 등은 개선된 부분"이라며 "그나마 작은 위안"이라고 덧붙였다.
공주 안전체험관 안에 5명 학생 추모비를 조성하는 안도 진행 중이다.
이후식 씨는 "평소 위험에 대비하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며 "부디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를 비롯한 유족은 올해부터 아이들의 후배 5명에게 장학금도 주기로 했다.
장학금 수여식은 18일 오전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리는 추모행사에서 열린다.
이씨는 "안전이라는 부분이 실생활에 중요한 화두로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재난으로 아픔을 겪은 이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거나 일종의 안전 지침서 성격의 책자도 발행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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