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약품 신뢰성 '흔들'…광견병 백신 제조중단 명령

입력 2018-07-17 10:52
중국 의약품 신뢰성 '흔들'…광견병 백신 제조중단 명령

'발암 논란' 고혈압약 이어 최근 들어 두 번째 사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막대한 국내 수요를 기반으로 '의약 대국'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제조된 의약품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의약품 감독 당국은 최근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 시에 있는 '창춘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불시 검사를 벌였다가 심각한 규정 위반을 발견했다.

이 회사의 주요 생산품 중 하나인 광견병 백신 '베로-셀(Vero-cell)' 제조와 관련해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창춘창성은 시장점유율 23%로 중국 내 광견병 백신 시장 2위를 차지하는 회사다.

지난해에만 354만 세트의 광견병 백신을 생산했다.

이 회사가 생산한 광견병 백신은 인도,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감독 당국은 이 회사의 광견병 백신 제조와 관련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s·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즉시 취소하고,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창춘창성은 성명을 내고 "질병통제센터와 병원에 보낸 광견병 백신을 자발적으로 회수했다"며 "수년간 이 백신의 부작용을 모니터링했지만, 백신 품질과 관련해 어떠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앞서 중국에서 생산된 고혈압약 발암 논란도 벌어져 중국산 의약품 전반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유럽의약청(EMA)은 중국 제약사 제지앙화하이가 제조한 의약품 원료 '발사르탄'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지난 5일 공개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28개국이 이 제품에 대해 판매중지와 제품회수 등의 조치에 들어갔다.

2016년에는 중국에서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저장방법이 잘못된 백신 8천500만 달러(약 960억원)어치가 수년 동안 판매된 사실이 밝혀져 중국 전체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이번 광견병 백신 사태의 당사자인 창춘창성은 지난해에도 이 회사가 생산한 DPT 백신이 품질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렀다. 이 회사의 DPT 백신은 25만여 개나 판매됐다.

상하이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백신 전문가인 타오 리나는 "이번 사태는 중국산 의약품의 신뢰성에 다시 한번 타격을 줬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태"라며 "창춘창성의 의약품 생산 허가를 취소하고 막대한 벌금을 물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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