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 이르면 내달 발표…집값 동향이 '변수'
주거지·학교·기반시설 총괄적 재배치…수변 스카이라인 만든다
청년층·외국인 살면서 일하는 '젊은 공간'으로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1970년대 개발된 이후 50년 가까이 지난 여의도를 종합적으로 재개발하는 방안(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이르면 내달 발표한다.
여의도 내 아파트단지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여의도 '통개발'로 인한 부동산값 동향이 마스터플랜 발표 시기와 서울시의 추후 개발 계획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여의도 마스터플랜 수립을 어느 정도 마무리 하고, 대외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여의도 공간을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재구조화 방안을 짰으나 6·13 지방선거 탓에 발표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잘못 했다간 여의도 부동산값이 크게 들썩여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낸다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공작·시범아파트 등 여의도 아파트단지들의 재건축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더는 발표를 미루기 어렵게 됐다. 여의도 아파트 대다수는 1970년대 지어져 재건축 연한을 모두 넘겼고, 이미 상당 부분 노후화돼 재건축이 발등의 불인 상태다. 여의도는 서울의 3대 도심(광역중심)에 속해 있어 최고 50층의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 재건축이 큰 그림과 관계없이 '마이웨이'를 가게 되면 안 되니 큰 그림인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여기에 발을 맞춰서 가자고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스터플랜은 법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구속하지 못하는 전략계획이기 때문에 서울시는 이를 법정화 하는 지구단위계획 수립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출장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 여의도의 50평대 대형 아파트엔 어르신들만 산다"며 "이곳에 완전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도시에 버금가는 재구조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여의도 개발은 국제금융도시를 목표로 일대 주거지와 도로, 학교, 기반시설까지 총괄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는 제대로 된 수변 스카이라인을 갖출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곳인데, 지금은 한강 쪽에서 바라보면 학교와 아파트단지 방음벽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대대적 공간 재배치를 시사했다.
국제업무지구의 특성에 걸맞게 외국인, 청년층이 들어와 거주하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내는 것도 서울시의 목표다. 이를 위해 토지 용도지역도 전환할 계획이다.
국회를 중심으로 한 서여의도와 한국거래소 등 금융기관·금융사들이 몰려 있는 동여의도의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여의도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개발 논의가 이뤄졌으나, 오랜 기간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여의도 통합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기부채납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오 전 시장은 여의도 11개 아파트단지, 61만4301㎡의 용도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고밀도 개발을 허용했다. 대신 최대 40%를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주민들과 갈등을 겪었다. 오 전 시장이 재임에 실패하면서 여의도 통합개발은 백지화됐다.
이번 여의도 통합개발의 관건은 '35층 규제'로 대표되는 박 시장의 도시계획 기조와 박 시장 스스로 '신도시급'이라고 표현한 대규모 개발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심교언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 시장이 기존 도시계획 기조를 여의도에는 적용하지 않는 방식의 '규제 특구'를 만든다면 통합 재개발 성공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부동산값도 잡아야 하는 목표가 있는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도 부동산값이 큰 고민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가 부동산값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발표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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