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사람 뽑을 수도 없고"…정유, 정기보수 앞두고 '발동동'
주 52시간제 맞추려면 보수기간 장기화 '한숨'…"하루에 수백억원"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아직 대책은 없습니다. 일단 첫 타자로 나서는 다른 업체가 어떻게 하는지 눈치를 봐야죠."
17일 정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8월 중순 보수 일정을 잡은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여러 업체가 하반기에 대규모 정기보수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정유·화학업계는 약 2∼3년 주기로 대규모 정기보수를 시행한다.
보수 기간에는 해당 생산시설 가동을 멈춰야 하는데 이는 곧바로 해당 분기의 생산량과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회사가 하루라도 빨리 보수를 끝마치기 위해 보수 기간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기존처럼 정기보수 기간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는 어려워졌다. 이에 업계는 아직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타사 동향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실정이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에는 정기보수 기간에 투입되는 인력들이 주당 80∼90시간 수준으로 근무했다"며 "통상 정기보수 기간은 2개월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가 하루 길어질 때마다 수백억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추려면 정기보수 기간은 약 3개월 반 정도로 늘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수 기간을 늘리거나 인력을 고용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인력을 정식 고용하기보다 일단 보수 기간 장기화를 택하려는 상황이다.
보수 기간을 늘리고, 내부 인력 규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 2조2교대였던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일정 시간대 투입되는 인력 규모가 기존보다 줄어들겠지만, 모자란 인력은 일단 외주 업체로부터 구하겠다는 것이다.
하반기 보수를 앞둔 한 업체 관계자는 "새롭게 인력을 고용하더라도 그 인력은 보수 기간인 2∼3개월 동안만 일하고 나머지 기간은 잉여인력이 되는 셈"이라며 "정기보수만을 위해 사람을 새로 뽑는 건 어렵다"고 털어놨다.
결국 정유업계는 현재로선 정기보수를 예외 사항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며 '임시방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1년까지 확대하거나 정기보수를 '특별 연장근로 인가'(자연재해 및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입장은 대한석유협회가 이미 지난 5월 정부에 전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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