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도 폭염에 탈진…강원 온열 환자 속출
"작년엔 견뎠는데 올해는 못 참아"…냉방기기 AS 문의 폭주
"땡볕서 기다려도 좋아" 냉면·보양 음식점 연일 북새통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집배원이 우편배달 중 탈진하는 등 강원도 내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장기간 폭염 예보에 냉방기기 관련 AS 문의는 폭주하고, 더위를 식혀줄 여름철 음식점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16일 오후 1시 45분께 강원 춘천시 서면 서상리 인근에서 우편배달 중이던 집배원 박모(39)씨가 폭염에 탈진,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또 이날 오후 1시 21분께 삼척시 정상동에서 홀몸 노인 박모(87·여)씨가 집 안에서 탈진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후 2시 30분께 강릉시 입암동의 한 건축 공사현장에서 40대 남성이 작업 중 열 실신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1시 43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서 작업 중이던 30대 남성이 폭염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앞서 지난 14일 오전 9시 58분 양양군 강현면 중복리에서 작업 중이던 30대 남성이 열 경련 증세를, 같은 날 오후 3시 30분께 속초시 장사동에서 야외 운동 중이던 40대 남성도 같은 증세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원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온열 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그늘지고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너무 차갑지 않은 물수건으로 닦아 체온을 내리고, 휴식 후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찜통 같은 무더위와 밤에도 푹푹 찌는 열대야 탓에 냉방기 관련 문의도 폭주하고 있다.
춘천에 사는 송모(43)씨는 지난 주말 푹푹 찌는 무더위를 견딜 수 없자 올여름 처음으로 냉방기를 가동했다.
한동안 가동에도 좀처럼 시원해지지 않아 짜증이 난 그는 AS 센터에 전화했으나 이마저도 연결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어렵사리 전화상담요원과 통화가 이뤄졌지만, 점검 예약이 밀려 2∼3일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송씨는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송씨는 "에어컨이 고장 나도 작년에는 전기요금 때문에 그럭저럭 견뎠는데 올해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며 "AS 센터의 예약 폭주로 한동안은 살인적인 폭염을 고스란히 견뎌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업체는 "무더위로 콜센터 전화 연결이 일부 지연될 수 있으니 홈페이지를 이용해 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폭염 속에 냉면과 콩국수, 보양식 등 여름철 계절음식점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모(33)씨는 "직장 동료 등과 시원한 냉면을 먹기 위해 찾아간 음식점에 손님이 꽉 차 번호표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며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땡볕에서 10여 분간 서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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