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통합만이 해법"…움직이는 日오자와, 아베 독주 막을까

입력 2018-07-16 16:11
"野통합만이 해법"…움직이는 日오자와, 아베 독주 막을까

'정계개편 설계자'…두차례 자민당 누르고 정권교체 이뤄

野중진 잇단 회동 이어 고이즈미 前총리와도 협력 모색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정치권에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공동대표의 행보가 눈에 띈다.

그는 16일 도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정권교체 그릇이 될 야당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언제까지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1강과 다수의 약한 야당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야당이 결집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야권 통합을 통한 정권교체를 역설했다.

그는 현재 의석 6명의 군소정당을 이끌고 있지만 두차례에 걸쳐 정계개편과 이를 통한 정권교체를 끌어낸 막후 실력자다.

우선 그는 1993년 정치개혁을 내걸고 지지세력과 함께 당시 소속했던 자민당을 탈당, 호소카와(細川) 연립정권을 탄생시킨 바 있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본인이 대표를 맡던 자유당과 자민당의 연립정당에서 이탈, 야당인 민주당과 합당한 뒤 당 대표를 맡아 결국 2009년 총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끌어냈다.

당시 그는 민주당 3선 대표를 맡으며 총선 승리시 차기 총리로 유력시 됐지만, 총선(2009년 8월)을 5개월여 앞두고 터진 정치자금 문제로 사퇴하면서 총리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쳐 야당에 의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정계개편 설계자, 막후 실력자 등의 다양한 수식어가 뒤따르게 됐다.



오자와 대표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정치자금 문제 등이 겹치며 비주류의 길을 가게 된다.

2012년 7월에는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생활제일당을 창당해 독자행보에 나섰지만, 자민당과 민주당의 여야구도에서 영향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후 민주당은 2012년 12월 총선에 패배하며 야당으로 전락했고, 정권을 잡은 아베 총리는 각종 선거에서 승리를 거듭하며 독주해왔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도 야당은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채 신당인 희망의당과 입헌민주당으로 분열하며 여권 압승으로 끝났다.

당시 아베 총리 부부가 연루된 사학스캔들로 현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했지만, 야권 분열과 무기력은 오히려 아베 정권을 재신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자와 대표는 최근 야권 중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결속을 호소하고 있어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이런 행보에 대해 '3번째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 인생의 '최후 도전'으로 해석한다.



실제 그는 지난 15일에는 정적(政敵)이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를 자신의 모임에 초청, 강연을 듣는 등 반(反)아베를 기치로 화해도 모색했다.

앞서 지난 5일 밤에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곤도 쇼이치(近藤昭一) 선대위원장과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자민당 정권의 대안을 입헌민주당이 제시해야 한다", "단일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강연회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가 내세우는 반(反)원전을 하나의 소재로 제시했다.

그는 "선거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제시해봐야 아무도 읽지 않는다"며 "야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것이 탈원전"이라고 말했다.

이런 행보에 대해 야권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오자와 대표와 만났던 입헌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자민당을 집권당에서 끌어내렸던 과거 2차례 정권교체 재연을 '최후의 도전'으로 정한 그의 집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자와 대표에 대해 "정계 구도를 우선하는 낡은 정치"라는 비판도 있지만 한 야당 중진 의원은 "현재 야당 대표 가운데 그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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