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또 하나의 승자는 '구글 번역기'
"한 달 동안 모바일 번역 사용 2배 급증"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은 비디오 판독이라는 '기술' 심판의 등장으로 월드컵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논란이 됐던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뒤 경기 흐름이나 결과가 바뀐 경우도 많았지만, 21세기 거의 모든 스포츠가 받아들인 기술 대열에 축구도 드디어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순수 기술 영역으로만 보자면 '구글 번역기'가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구글에 따르면 올해 월드컵 기간 구글 모바일 번역기 사용은 평소의 2배였다고 한다.
NYT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성공적 경험을 한 구글이기에 이번 월드컵도 많은 기대를 했지만, 이런 '급상승'은 구글조차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고 전했다.
기계학습(ML)을 하는 구글 번역기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사용해야 더 총명해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처럼 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더 정확한 자연어 구사를 지향하는 구글 번역기에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축구 팬들과 기자들은 번역기를 통한 호텔 체크인이나 택시 호출은 기본이고, 텍스트를 스캔하고 번역하는 구글 앱의 카메라 기능을 통해 식당에서 수수께끼 같은 러시아어나 키릴어 메뉴를 해독하는가 하면, 지하철역 이름과 안내판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 구글 번역기 앱은 5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에 1천430억 개의 단어를 번역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기간의 놀라운 성공에 대해 NYT는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매우 적으며 러시아어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매우 위협적일 수 있다"면서 "특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구글 번역기가 없었다면 대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린 시립대의 조스 무어켄스 교수는 "젊은 여행객들에게 인쇄 프린트나 여행가이드 책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면서 "모바일 번역기에 익숙해지면서 서로 공통언어가 부족해도 낯선 곳을 기꺼이 방문하거나, 그런 방문객을 수용할 능력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구글 번역기 사용자의 95%가 미국 이외 지역 거주자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구글 번역기 상품 매니저인 줄리 카티우는 "지금은 한 플랫폼에서 두 사람이 문장을 교환하는 수준이지만, 미래에는 무선 헤드폰이나 이어폰 같은 장치를 통해 대화의 흐름을 중단할 필요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의 동시통역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무어켄스 교수는 "번역 앱은 당분간 비공식적이고 위험이 적은 상황에서 실수해도 서로 웃을 수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이 좋다"면서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의사와 환자 간 생명을 건 대화에서도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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