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고가차도 철거 6개월 이상 미뤄져…'졸속' 철거 발표 비판

입력 2018-07-16 11:57
수정 2018-07-16 11:58
한남고가차도 철거 6개월 이상 미뤄져…'졸속' 철거 발표 비판

내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철거 시작 하루 전 연기 결정

'도로 다이어트' 등 녹색교통진흥지역 시행과 연계해 철거 계획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당초 이달 중 철거하기로 했던 한남고가차도의 철거 시기를 6개월 이상 미룬다.

도로 다이어트, 배출가스 등급에 따른 자동차 운행 제한 등을 핵심으로 하는 '녹색교통진흥지역' 시행으로 도심 내 차량이 줄어들면, 이와 연계해 한남고가를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2고가차도를 내년 중 철거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거작업에 따른 교통대책을 보완하기 위해 내년 중으로 철거를 연기한다"며 "정확한 철거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결정되는 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76년 설치된 한남2고가는 한남대로와 한남대교를 연결한다. 노후화가 심각하고 고가 진·출입 과정에서 차량 엇갈림이 심해 한남대로 정체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시는 이런 한남2고가를 이달 10일부터 철거하겠다고 밝혔다가 철거 하루 전날 돌연 작업을 연기했다.

시는 내부적으로 고가차도 철거로 인한 차량 속도 감소 폭이 30% 미만(전체 구간 평균)이라면 철거를 단행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철거를 앞두고 최종 점검 단계에서 우회도로, 교통신호 체계까지 반영한 정밀 분석을 한 결과 일부 구간에서 극심한 정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돼 철거 작업을 연기하기로 급하게 결정했다.

철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연기를 발표하자 많은 시민에게 영향을 끼치는 교통정책을 졸속으로 진행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고가차도의 경우 철거 이후 차량 속도가 느려졌다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한남2고가는 차량이 몰리는 고속도로, 강남지역과 연결돼 상황이 다르다"며 "우회로로 쓸 수 있는 올림픽대로, 강변북로도 늘 정체가 있는 구간이기 때문에 교통 대책을 더 다듬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한남2고가 철거 시기를 녹색교통진흥지역 시행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사대문 안 16.7㎢는 지난해 3월 '녹색교통진흥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서울시가 자동차 운행 제한 등 강력한 교통수요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조만간 4차선 도로를 3차선으로 줄이고 보행공간 등을 마련하는 '도로 다이어트' 등을 담은 녹색교통진흥지역 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도심의 교통량 자체가 줄어들면 한남2고가를 철거하더라도 극심한 차량 정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녹색교통진흥지역이 도심 내 교통량 감소를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정책이 정착돼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한남2고가 철거가 내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충분한 검토 없이 한남2고가 철거를 발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에는 총 101개의 고가차도가 건설됐다. 2002년 떡전고가차도를 시작으로 2015년 서대문고가차도까지 18개가 철거돼 현재 83개가 남아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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