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국 멤버 모인 글로벌 그룹…"국기 달고 세계 누벼요"

입력 2018-07-16 10:01
수정 2018-07-16 11:26
14개국 멤버 모인 글로벌 그룹…"국기 달고 세계 누벼요"

스파이스걸스 프로듀서가 데뷔시킨 '나우 유나이티드' 한국 첫 방문

한국부터 세네갈 멤버까지 10대 주축…"BTS·블랙핑크 좋아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알록달록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세계 14개국 멤버 가슴에는 국가대표처럼 그들 출신 각 나라 국기가 붙었다. 마치 다국적 모델이 등장한 경쾌한 색채의 패션 브랜드 광고를 연상시키듯 밝은 에너지가 넘쳤다.

멤버들은 눈빛만 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서로에게 유머러스한 제스처를 취할 정도로 많이 친해진 듯했다.

이들은 영국 걸그룹 스파이스걸스 프로듀서이자, 미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과 '유 캔 댄스' 제작자인 영국 출신 사이먼 풀러(Simon Fuller·58)가 만든 14인조 글로벌 혼성 아이돌 그룹 '나우 유나이티드'(NOW UNITED) 멤버들.

풀러는 2007년 미국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힐 만큼 서구 대중문화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거물로, XIX엔터테인먼트를 이끌며 자신의 노하우를 집약해 오랜 기간 준비한 나우 유나이티드를 선보였다.

그는 전 세계에서 최종 오디션에 참가할 후보를 추려 지난해 7월 XIX 본사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초청해 오디션을 진행했고, 그해 8월 춤과 노래 실력이 뛰어난 남성 5명, 여성 9명으로 팀을 구성했다.

한국인 멤버 정혜윤(22)을 비롯해 영국(라마르·19), 미국(노아·17), 독일(시나·19), 캐나다(조시·18), 러시아(소피야·15), 핀란드(졸린·16), 중국(크리스티안·19), 일본(히나·16), 인도(시바니·16), 필리핀(베일리·16), 브라질(애니·15), 멕시코(사비나·18), 세네갈(디아라·17) 등 10대 주축 14개국 멤버가 모였다.

정혜윤은 대전 출신으로 생명공학 연구원인 아버지를 따라 8살 때 미국 네브래스카로 건너가 2년간 살며 영어를 배웠다. 팝페라 가수인 어머니는 딸이 발레를 하길 원했지만 정혜윤은 안무가로 성장했고 스웨덴과 대만, 중국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올해 4월 데뷔 음반 '서머 인 더 시티'(Summer In The City)를 발표한 나우 유나이티드는 멤버들의 나라를 돌며 방송 출연과 공연 등 프로모션 투어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일에는 1주일간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이들은 올여름 발매할 싱글 '왓 아 위 웨이팅 포?'(What Are We Waiting For?) 뮤직비디오를 찍고 유튜브와 SNS 등에 공개할 각종 영상 콘텐츠를 촬영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멤버들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서로의 문화를 새롭게 배우는 재미가 있다고 앞다퉈 이야기했다.

몇몇 멤버는 방탄소년단 얘기가 나오자 탄성을 질렀고, 블랙핑크 등을 좋아한다며 K팝 팬을 자처하기도 했다.

또 마침 월드컵 기간이어서 한국과 한 조(F조)였던 독일과 멕시코 멤버들은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춤과 노래를 통해 전 세계에 사랑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미친 경험(Crazy experience)을 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노아의 기타 연주에 맞춰 아카펠라 버전 '서머 인 더 시티'와 방탄소년단의 '하루만'을 들려주고 신곡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번 방문에는 영국인 남성 멤버가 개인 일정으로 빠졌다.

다음은 멤버들과의 일문일답.



-- 첫 한국 방문 이유는.

▲ 우린 지금 월드투어 중이다. 지금껏 독일, 세네갈, 핀란드, 러시아, 영국 등 여러 나라를 다녔고 한국이 일곱 번째 나라다. 나라별로 작업이 다른데, 세네갈에서는 콘서트를 열고, 독일에선 음악 방송 위주로 프로모션을 했다. 한국에서는 거리의 네온사인이 예뻐서 미국의 유명 안무가 카일 하나가미와 협업으로 신곡 '왓 아 위 웨이팅 포?' 뮤직비디오를 새벽까지 찍었다. 또 프로듀서들과 앞으로의 신곡과 안무 작업을 했고 한국 팬도 만났다.(한국-정혜윤)

-- 여러 나라를 돌고 있는데, 한국의 인상은.

▲ 사람들이 나이스(nice) 하고 좋았다. 인사법이 무척 예의 바르다. 음식도 맛있다.(독일-시나)

▲ 쇼핑이 가장 좋았다. 혜윤이 옷을 예쁘고 느낌 있게 입어 부러웠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라.(핀란드-졸린)

▲ 아시아에는 처음 왔는데, 굉장히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질과 비슷한 느낌도 있지만 한국은 조명이 밝아서인지 더 컬러풀하다. 마치 밝은 느낌의 집 같다.(브라질-애니)

▲ K팝을 좋아하는데,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어느 매체에서든 K팝 댄스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미국-노아)

-- 동서양을 아우른 그룹인데 결성 과정은.

▲ 풀러 대표가 프로젝트를 오랜 기간 준비했다. 각 국가에서 탤런트가 있는 청소년을 불러서 '부트캠프'(오디션이 진행된 캐스팅 캠프)를 열었고 우리가 여기에 모였다.(미국-노아)·

-- 풀러 대표로부터 이 팀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설명을 들었나.

▲ 대표님은 세상에 안 좋은 일이 많으니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젊은이들이 세계인의 공통분모인 춤과 노래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열정을 표현하길 원했다. 대표님은 댄서들이 경제적으로 힘든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꿈을 좇는 모습에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춤 잘 추는 멤버들이 뽑혔다.(한국-정혜윤)



--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니 모두 춤 실력이 대단하던데, 각각 이 프로젝트 오디션에 도전한 계기는.

▲ 중국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 보이'에서 1등을 차지했는데 그만두고 이 팀에 참가했다. 아시아 국가에 한정돼 활동하기보다 서구에서 활동하고 싶은 갈망이 있어서 참가했고 꿈을 더 펼칠 수 있게 됐다.(중국-크리스티안)

▲ 필리핀에서 아티스트로 2년간 활동했는데 국제적인 가수가 되고 싶었다. 가수인 아버지가 풀러가 기획한 팝 그룹 오디션이 있다고 했을 때 기회라고 생각했다. 꿈을 펼치면서 내 나라를 알릴 수 있어 기뻤다.(필리핀-베일리)

▲ 모두 비슷할 텐데, 퍼포먼스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마이클 잭슨과 크리스 브라운 뮤직비디오를 보며 자랐고 내 꿈은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같은 유명한 가수의 백업 댄서가 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된 뒤 나도 저스틴 팀버레이크처럼 될 수 있겠다는 영감을 받았다.(캐나다-조시)

▲ (도전이) 무서웠고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참가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돼 인생의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독일-시나)

▲ 굉장히 미친 경험이다. 난 작은 도시에서 생활해서 큰물에서 논다는 것 자체가 미친 경험이다.(세네갈-디아라)

-- 멤버들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어 음반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 등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 우린 XIX 본사가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났다. 한번 갈 때마다 1~2주씩, 한 달씩 만나 같이 생활하며 작업했다. 프로듀서 레드원이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음악을 가져왔고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해본 뒤 목소리에 맞게 파트를 배분했다. 브라질의 애니는 에너지가 넘치고 난 어쿠스틱한 음색이어서 소프트한 부분을 불렀다.(한국-정혜윤)

-- 데뷔곡 '서머 인 더 시티'는 어떤 노래인가.

▲ 태양 아래서 우린 빛나고 있고, 멋진 도시에서 우리 꿈을 펼치며 젊음과 열정을 보여주자는 곡이다. 리듬 자체가 신나고 댄스에는 카일 하나가미, 윌다비스트 등 미국에서 유명한 안무가들이 참여했다.(한국-정혜윤)



-- 활동 때 모이는 프로젝트 그룹이어도 다국적 하이틴 멤버들이 함께하니 문화 차이도 느낄 텐데.

▲ 우린 '원 유닛'(하나의 그룹)이다. 모두 다른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어 문제가 없을 순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배우다 보니 유닛으로 조화롭게 활동하는 법을 배웠다.(미국-노아)

▲ 처음에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 잘 어울릴까 생각했다. 만나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이다. 캠프를 하고 친해져서 각자 집에 돌아간 뒤 시나가 한국에 놀러 오는 등 친하게 교류했다. 문화 차이는 작은 것들에서 느낀다. 멕시코에서 온 사비나는 멕시코의 매운 칠리를 사과와 사탕에 뿌려 먹는다. 특이한 걸 우리도 시도해보는데 아직은 사비나만 좋아하고 있다. 하하.(한국-정혜윤)

-- 여러 나라를 다니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을 듯하다.

▲ 각 나라 인사법을 배우는 게 재미있다. 브라질에선 안고 키스하는 인사법을 쓰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악수를 하거나 고개를 숙였다.(브라질-애니)

▲ 멤버들과 이번에 삼겹살을 먹으러 갔는데 캐나다에서 온 조시가 젓가락질하다가 손에 쥐가 났다. 라면을 먹으며 맵다고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다.(모두 웃음) (한국-정혜윤)

-- 투어 기간이 월드컵 시즌이었다. 한국과 멕시코, 독일이 한 조였는데 함께 경기를 봤나.

▲ (한국과 멕시코 멤버가 손을 잡으며) 투어 중에 계속 경기가 진행돼 일정이 끝나면 호텔로 달려가 경기를 봤다. 한국과 멕시코 전 때는 나와 사비나가 내기를 했다. 난 신맛을, 사비나는 치즈를 싫어해서 한국이 지면 내가 레몬을 통째로 먹기로, 멕시코가 지면 사비나가 치즈를 먹기로 했는데….(웃음) 그래도 한국이 독일을 이겼을 때는 흥미진진했다.(한국-정혜윤)

▲ 호텔에서 함께 소리를 지르면서 응원해 재미있었다. 내가 치즈를 안 먹게 된 건 다행이었다.(멕시코-사비나), (두 나라 모두에게 져서) 슬펐다.(독일-시나)

-- 각 나라에서 활동 모습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봤다. 국기가 담긴 의상을 입으니 나라를 대표한다는 기분도 드나.

▲ 멤버들 모두 각 나라를 대표해 활동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의상에 국기가 있으니 그런 마음이 더 생긴다.(필리핀-베일리)

▲ 유니폼을 입고 길을 걸으면 옷에 국기가 그려져 있어 자랑스럽다.(멕시코-사비나)

▲ 나라를 대표하는 건 굉장히 영광이고 신나는 일이다. 우린 10월에 인도에 가 3~4주 머물 예정인데, 멤버들이 인도를 방문한 적이 없어서 많은 곳을 다닐 예정이다.(인도-시바니)



-- 방탄소년단 등 K팝 가수들이 해외에서 인기인데, K팝에 대한 관심도 있나.(BTS란 말에 멤버들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K팝을 잘 모르던 멤버들은 정혜윤과 K팝 팬인 노아, 크리스티안을 통해 접한 듯 보였다.)

▲ 방탄소년단을 너무 좋아한다. 아시아인이 글로벌 차트에 오른 것은 멋진 일이다. 나도 언젠가는 글로벌 스타가 돼 차트에 오르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중국-크리스티안)

▲ 혜윤과 노아를 통해 K팝을 접하는데 방탄소년단 등 가수들이 노래와 춤을 동시에 선보이는 모습이 멋지다.(독일-시나)

▲ 미국에서 K팝이 인기다. 방탄소단과 엑소, 블랙핑크 모두 좋아한다. 특히 뮤직비디오와 헤어 스타일 등이 멋진데, 그런 콘텐츠가 내게 영감을 준다.(미국-노아)

▲ 얼마 전부터 브라질에서도 K팝이 인기인데 (블랙핑크의 신곡 '뚜두뚜두'를 불러 보이며) 난 블랙핑크를 좋아한다. 비디오 클립을 보는데 퍼포먼스가 화려해 계속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브라질-애니)

▲ 5년 전 친형을 통해 K팝을 알게 됐다. 차를 타고 가다가 형이 튼 음악을 듣고 '뭐지?'란 마음이 생겼다. 혜윤과 노아를 만나 K팝을 더 알게 됐고 블랙핑크를 접하며 사랑에 빠졌다. 특히 멤버 리사를 좋아한다. '아이 러브 리사~'.(캐나다-조시)

-- K팝 아이돌도 댄스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10명이 넘는 그룹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나우 유나이티드 팀컬러가 크게 낯설지 않은데, K팝과 다른 강점이 있다면.

▲ 아무래도 세계 멤버들이 모인 것이고, 각 나라 문화와 성격을 그룹에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풀러 대표는 '비 유어셀프'(Be yourself)라고 항상 말한다. 우리가 자기 생각과 비전에 따라오거나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져가면 지금과 다른 새로운 음악과 퍼포먼스가 나올 것이라고 응원해 준다. 이런 부분이 강점이다.(한국-정혜윤)

--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 한국에 이어 일본으로 건너간다. 지금껏 3곡이 담긴 음반 한 장을 냈는데, 한 달에 한 곡 등 계속 싱글을 내며 투어를 돌 예정이다. 나라별로 활동하는 것을 관심 있게 봐달라. 춤과 노래를 통해 전 세계에 사랑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한국-정혜윤)

그룹 나우 유나이티드(NOW UNITE) '서머 인 더 시티' 아카펠라 버전 영상

그룹 나우 유나이티드(NOW UNITE), 방탄소년단 '하루만' 커버 영상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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