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미국 대응 수뇌회의…로하니대통령에 힘실어
하메네이 "열심히 일하는 정부 모습 국민에 홍보…민간 부문 활성화"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15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대통령,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 등 내각 전원을 불러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제재 복원에 대응하기 위한 수뇌부 회의를 열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정부의 경제 부처는 모든 국가 정책의 중심축으로, 다른 정부 기관이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국영 TV와 라디오에 정부를 논리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정부 정책과 노력을 정확히 반영하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방송의 사장은 최고지도자가 임명한다.
아울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효율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정부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국영방송의 역할을 지시했다.
그는 또 "정부가 (경제적 어려움에) 적절하게 대처한다면 미국의 음모를 분쇄하고 난관을 해결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강경 보수 세력의 압박에 흔들리는 로하니 대통령과 내각에 국가의 최고 권력자로서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미국이 5월 8일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다음 달 6일부터 대이란 제재를 복원키로 하면서 핵합의가 못마땅했던 이란 내 강경 보수파가 로하니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올해 들어 50% 이상 폭락해 물가가 급등세인 데다 저개발 지역에서는 물, 전력 등 인프라가 부족해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벌어지면서 로하니 정부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핵합의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던 젊은층의 심각한 실업이 여전해 이란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특히 로하니 내각을 집무실이 아닌 관저로 이례적으로 불러 현 행정부에 대한 지지를 부각했다.
경제의 민간 부문을 강화하고 밀수와 돈세탁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목함으로써 군부를 위시한 보수파가 장악한 관치경제 구조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는 로하니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의 방향과 같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또 이 자리에서 유럽 측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이란의 국익(원유·가스 수출)을 보장하는 실질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의 경제 정책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나 유럽의 핵합의 보장안과 반드시 연관될 필요는 없다"면서 외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저항 경제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어 "미국과 같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이란은 동서를 아울러 다른 나라와 우호를 증진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제재에 맞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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