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올스타전, 극한의 마스코트들…"그래도 즐거워"

입력 2018-07-16 07:14
폭염 속 올스타전, 극한의 마스코트들…"그래도 즐거워"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8 프로야구 KBO 올스타전의 숨은 주인공이 있다면 10개 구단의 마스코트들이다.

지난 13∼1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폭염 속에서 열렸다.

KBO 올스타전이 열린 14일 울산의 최고 기온은 34도에 달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과 선수, 관계자들은 부채나 휴대용 선풍기, 얼음물 등은 필수품과 다름없었다.

마스코트들은 얼굴 전체를 덮는 두꺼운 탈을 쓰고, 캐릭터에 따라 털옷까지 걸쳐 '한증막'에 들어간 것처럼 극한의 더위와 싸워야 했다.

올스타전에는 철웅이(두산 베어스), 위니(한화 이글스), 아테나(SK 와이번스), 스타(LG 트윈스), 턱돌이(넥센 히어로즈), 호걸이(KIA 타이거즈), 블레오(삼성 라이온즈), 누리(롯데 자이언츠), 빅(kt wiz), 단디(NC 다이노스) 등 KBO 10개 구단의 대표 마스코트들이 총출동했다.

마스코트들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그늘막도 없는 그라운드에서 뛰놀았다.

팬 사인회 때는 올스타 선수들 옆을 지키거나 팬들과 사진을 찍었다.

경기 중에는 응원가에 맞춰 흥겨운 동작을 하며 흥을 돋웠다.

홈런레이스, 퍼펙트피처 등 이벤트가 열릴 때도 어김없이 그라운드로 나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경기 후나 행사 후 시상식이 열릴 때도 마스코트들은 그라운드를 지켰다.

마스코트들은 지친 듯 땅에 드러눕거나 손부채를 부치는 시늉을 하며 더위를 힘겨워했다.

서로 다른 구단 소속 마스코트지만 휴대용 선풍기 바람을 쐐 주거나 음료를 건네는 등 상부상조 동료애를 보이기도 했다.



마스코트 대기실은 전쟁터 같았다. 인형 탈을 벗은 마스코트 담당자들은 의자에 걸터앉아 벌게진 얼굴을 에어컨 바람으로 식혔다.

극한을 경험했지만, 마스코트들은 올스타전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kt 마스코트 '빅'은 16일 "재밌고 즐거운 올스타전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더웠다는 게 제일 힘들었다"며 "수원보다 울산이 더 더웠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빅'은 검은 털로 뒤덮인 캐릭터여서 다른 구단 마스코트들보다 더 많이 뜨거운 열기를 흡수해야 했다.

'빅'은 "죽을 힘을 다해 참고 버텼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난다"며 "다른 마스코트들도 똑같이 더웠지만, 저보다는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습기도 많아서 가만히 있는데도 땀으로 샤워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구단 마스코트 담당자는 '인형탈 아르바이트'와 달리 전문성과 책임감으로 한 구단에서 오래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스코트들은 이번 올스타전을 위해 각 구단 연고지에서 울산으로 집결했다.

또 정체를 공개하지 않아 공개적으로 탈을 벗거나 실명 인터뷰도 하지 않는다.

잠깐의 휴식이나 물 한 모금은 폭염을 극복하는 특효약이었다.

'빅'은 "다들 쉴 때 잠깐이라도 대기실에서 에어컨을 켜고 푹 쉬어서 그나마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형 탈을 쓰고도 물을 마실 수 있느냐는 물음에 빅은 "빅도 입이 있다. 탈을 쓰고도 마실 수 있다"며 "다년간 쌓은 비법"라고 자랑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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