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휴가철 버려지는 반려동물…생명존중·책임의식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연례행사처럼 된 휴가철 반려동물 유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될 것 같아 걱정이다.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 앱·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3~10일 전국 각지 보호소가 보호 중인 유기동물은 3천336마리다. 지난달 13~23일 1천669마리에서 20일 만에 2배로 늘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은 주로 개, 고양이다.
휴가철에 반려동물을 버리는 것은 대부분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가기도, 어디 맡기기도 마땅찮기 때문일 것이다. 비행기에 태우거나 애견호텔에 맡기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동물 유기는 우리 사회 반려동물 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난 몇 년 동안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반려동물이 급증했다. 그런데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는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동물을 예쁘고 귀여운 장난감이나 인형처럼 생각해 쉽게 입양했다가 싫증 나거나 키우기 힘들면 버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에는 버려졌다가 구조된 반려동물이 10만 마리를 넘었다. 이 중 30%가량이 여름철인 6~8월에 버려졌다고 한다. 구조되지 못하는 수많은 사례를 고려하면 유기동물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구조됐더라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하는 동물이 수만 마리에 이른다.
유기동물은 곳곳에서 작지 않은 문제가 되고 있다. 여러 지자체가 버려진 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버려졌거나 잃어버린 동물 구조, 보호, 치료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시민에게 돈을 지원하기도 한다. 수많은 동물이 버려지지 않도록 하려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이 양육 책임을 깊이 생각한 뒤 신중하게 입양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생명경시 풍조가 바뀌지 않은 채 반려동물만 늘어나는 현상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동물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돈만 있으면 동물을 쉽게 살 수 있는 상업·소비주의 세태를 경계한다.
반려동물 등록제와 인식표 부착을 정착시켜 동물을 잃어버리거나 버리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한번 버려진 동물은 유기공포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해 새 주인을 찾더라도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동고동락하던 동물을 버리는 슬픈 일이 더는 생기지 않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문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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