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매듭 풀기' 나선 문대통령…'종전선언 항로' 길잡이 주목

입력 2018-07-15 16:52
북미 '매듭 풀기' 나선 문대통령…'종전선언 항로' 길잡이 주목

북미협상 난항 겪자 '관여' 본격화…靑 "이번 고비 넘으면 속도"

文 "비핵화 계획마련 오랜 시간 걸려" 장기 염두…북미협상이 관건

'9월 뉴욕 2차 북미정상회담→평양 남북정상회담→종전선언' 시나리오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 추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북미협상 2라운드' 중재역할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일촉즉발의 한반도 전운 속에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초유의 이벤트를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문 대통령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본질적인 북미 실무협상에 드리운 먹구름을 걷어내려고 적극적인 행보를 재개한 것이다.

비핵화라는 지난한 과정의 중간 디딤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종전선언을 도출하려는 북미 간 노력에 더해질 문 대통령의 '관여'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도출할 '중재자', '촉진자', '협상가'로서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관망 모드였던 문 대통령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의 할리마 야콥 대통령과 면담에서였다. 공교롭게도 북미정상회담 꼭 한 달 만이었고, 그 장소도 북미정상 담판이 진행된 싱가포르였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오랜만에' 대미 비난에 나선 상황을 거론하며 "자신은 성의를 다해 실질적 조치를 취해나가는데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북미 간 협상은 이제 정상적인 궤도에 돌입했다"고 했다.

북한의 강성 메시지에 자칫 미국이 강경한 자세로 받아치거나 이로 인해 협상의 본질이 훼손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모양새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13일 '싱가포르 렉처'에서도 "만약 국제사회 앞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한 단계 올렸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선(先)조치 요구와 미국의 비핵화 타임테이블 요구로 빚어진 북미 간 갈등을 염두에 둔 듯 "실무협상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과 어려운 과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극복하고 정상 간 합의가 실행되도록 아세안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실무협상 단계에서 으레 '밀당'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는 북미 정상 간 약속 이행 과정의 한 부분에 불과하며 때에 따라서는 두 정상이 실무협상을 견인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재론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양 정상이 국제사회 앞에서 합의하고 그에 따라 실무협상을 해나가는 톱다운 방식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며 "우여곡절이 있어도 결국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문 대통으로서는 북미가 어려운 상황에 몰리지 않게 서로 배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미가 '역지사지'의 태도로 실무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기존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북미가 정상 차원에서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큰 틀에 합의한 만큼 상대방의 처지를 고려하며 실마리를 찾아야 하고, 특히 이 과정을 가속할 수 있는 '신뢰 쌓기'가 좀 더 필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비핵화 과정의 속도전을 강조해왔던 문 대통령도 "북미 정상 간 합의는 잘 이뤄졌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마련을 위한 실무협상은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장시간의 비핵화 과정을 상정했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때 비핵화를 향한 또 다른 능선인 종전선언은 북미협상 진척 속도에 달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북미 간 한 번의 고비가 찾아온 것으로, 양쪽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에 대해 타협만 된다면 속도가 빨라지고 그게 안 되면 그 입구에서 대화가 맴돌 수 있다"며 "중간에서 이를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종전선언 로드맵 중 하나로 8월 말 또는 9월 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9월 유엔총회 남북미 종전선언이 거론됐지만, 현재 북미 간 실무협상 속도를 생각한다면 변동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북미 간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이 미국인 억류자 송환처럼 순항해 북미 신뢰 쌓기의 전환점으로 작용하더라도, 적지 않은 자국 내 비판여론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핵 폐기 '시간표'를 얻지 못한다면 종전선언에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종전선언이 비록 '정치적 선언'이기는 하지만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대북 불가침' 약속에 근접한 수준으로도 해석되는 만큼 최소한 비핵화 타임테이블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맥락에서, 9월 뉴욕 유엔총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초청받는다면 그 계기에 예상할 수 있는 정치일정은 남북미 종전선언보다는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 역시 북미 간 협상 진전 상황에 맞물려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강하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분위기 조성에 나선 뒤 연내 종전선언을 추진할 거라는 시나리오는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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